청출어람(靑出於藍)
청출어람(靑出於藍)
  • 김병조
  • 승인 2009.05.08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제자가 스승을 능가하면 새로운 역사가 된다. 교육의 힘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진화를 거듭한다.

이창호가 스승 조훈현을 능가했기에 바둑의 역사가 달라졌고, 소니에서 배운 삼성이 소니를 앞섰으니 전자산업의 역사도 바뀌었다.

다만, 스승은 성심성의껏 가르치고 제자는 지극정성으로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제자가 스승을 능가할 때 스승은 이를 인정하고, 스승을 이긴 제자라도 그 스승의 존귀함을 잊지 않을 때 역사는 아름답게 진화한다.

그리고 스승과 제자가 위치가 뒤바뀐 가운데서도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또 다른 새로운 역사의 창조도 가능해진다.

반대로 제자가 배움을 게을리 하여 스승을 능가하지 못하거나, 스승이 제자가 자신을 능가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새로운 역사는 없다.

제자가 스승을 이기고서 건방을 피우고 스승의 은혜를 망각하거나, 스승이 자신을 능가한 제자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거나 시기와 질투심을 갖는다면 그 역사는 바람직한 진화가 아니며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필자가 뜬금없이 이런 소릴 하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국내 외식업계가 유난히 후진 양성에 인색하고, 자신을 능가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로부터 배우려는 생각보다 시기와 질투심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 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직원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비법(秘法)을 전수해주지 않는다거나, 독립해서 자신의 사업체보다 더 성공하는 모습을 배 아파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직원들에게 자신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전수해주지 않는 경영주는 직원을 제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머슴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르쳐 주는 것이 없어 배울 것이 없는 경영주에게는 우수한 인재가 남아 있을 리 없다.

우수한 인재가 비전과 목표를 갖고 열심히 배우며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회사의 미래는 장수할 수가 없다. 가르쳐주기는커녕 스스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자신을 능가할까봐, 혹은 자신보다 능력이 더 출중해서 경쟁상대가 될까봐 두려워하거나 시기한다면 그 미래는 더욱 비참할 것이다.

외식산업이 선진화 하려면 고급 인재가 많이 영입이 되고 또 배출이 되어야 한다. 고급인재가 영입이 되고 양성되려면 앞서가는 사람들이 진정한 스승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외식업계를 이끌어 온 1세대 경영인들은 2세대격인 젊은 CEO들이나 직원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능가한다 싶으면 ‘많이 컸네’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승으로 여기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북조(北朝) 북위(北魏)의 이밀(李謐)이라는 사람은 공번을 스승으로 삼아 학문을 했는데 학문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서 몇 년이 지나 스승의 학문을 능가하게 됐다.

공번은 이제 이밀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도리어 그를 스승으로 삼기를 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친구들이 그의 용기를 높이 사고, 또 훌륭한 제자를 두었다는 뜻에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칭찬했다. 이것이 진정한 스승의 표상이고 청출어람의 표본이다.

제자가 잘 되면 스승은 더불어 추앙받게 돼있다. 훌륭한 스승 없이 뛰어난 제자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호 때문에 조훈현은 더욱 빛나고, 김연아와 박태환 때문에 그들의 스승은 존경받는다.

쪽(藍)빛보다 더 푸른(靑) 색은 나오게 마련이다. 쪽(藍)이 아무리 자신만이 가장 푸른빛을 띤다고 생각하고 자신보다 더 푸른빛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해도 그 쪽(藍)보다 더 푸른 청(靑)은 나온다.

어느 쪽(藍)에서 나오느냐 일뿐이다. 후진에게 열린 마음으로 가르침을 주는 쪽(藍)에서 새로운 청(靑)이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쪽(藍)은 쪽(藍)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쪽(藍)이 됨은 물론이요 자신으로 인해 탄생한 청(靑)으로부터 도로 가르침을 받아 자신도 청(靑이 되기도 할 것이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면서 외식업계에서도 스승과 제자,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진정한 의미를 한번쯤 새겨보자는 의미에서 일갈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