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건강을 챙기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산에 오르기 전에 철저한 사전 계획과 준비를 해야 하고, 목표를 정하고,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인생살이나 사업이나 모두 굽이굽이 힘든 고비를 넘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산은 누구나 끌어안는다. 세파에 시달려 지친 사람도, 심신이 병약해진 사람도, 잘 났거나 못 났거나, 가진 자나 없는 자나 가리질 않는다. 누구나 산을 통해 새로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여유를 줄 뿐이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준다.
산은 말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꽃이 피나 낙엽이 지나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비가 눈이 되고, 꽃이 낙엽이 될 뿐이지 산은 그대로다. 시시때때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산을 통해 변덕스러움보다 진득한 인간미가 더 값지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산은 웅장하다. 억만 겁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바위, 하늘을 찌를 듯한 거목들의 기개는 웅대하고 장대하다. 그 속에서 인간은 힘을 얻는다. 불끈 솟아오르는 정기(精氣)를 느끼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배우게 된다. 산은 그래서 우리들에게 심신을 단련하고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수련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산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그런데 산을 좋아하지 않는 혹자들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데 뭐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느냐고 말한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산을 좋아하는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은 평소 등산을 하면서 ‘산에 오르면 내려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곤 했다. 권력의 정상을 정복했으면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내려가 정상 정복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산이 있으면 강이 있다. 산이 높을수록 골도 깊다. 악산일수록 풍경은 아름답다. 힘든 과정을 잘 극복하고 나면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할 수 있고, 시원한 물을 만날 수 있다. 내 앞에 큰 산이 가로막고 있다고 해서 이를 피하고 돌아가면 아름다운 풍경도 시원한 물도 만날 수가 없다. 저 산에 오르면 세상 천하를 다 거머쥔 듯 자신감과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고, 저 산을 넘어가면 산을 오를 때의 피로를 한꺼번에 씻어 줄 수 있는 시원한 물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넘지 못할 산이 없다.
인생살이나 사업도 마찬가지다. 어디 순탄한 길만 있겠는가. 마주치는 난관을 얼마나 슬기롭게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다음에 올 행복의 크기가 달라진다. 산을 넘어 강을 건너고 나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듯이 우리네 인생살이나 사업도 등산과 하산을 거듭하면서 이어진다. 되풀이 되는 등산과 하산을 통해서 우리는 단련을 하고, 그를 통해 오늘보다 내일은 더 높은 산에 도전을 한다. 그 훈련을 얼마나 성실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결정된다.
글로벌경제위기로 식품외식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넘기 힘들어 보이는 큰 악산을 마주친 느낌이다. 하지만 넘어야 한다. 지레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힘들지만 그 악산을 넘어야 한동안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용기를 갖자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식품외식업계 산악동아리 ‘산중문답’에서 농림수산식품부의 장태평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과 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하는 합동단합산행을 오는 30일 개최한다. 참석자들이 이번 산행을 통해 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새겨 어려운 현실을 잘 극복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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