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납 김치 사태가 주는 교훈
중국산 납 김치 사태가 주는 교훈
  • 김병조
  • 승인 2005.10.13 0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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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공조체제 없는 식품안전행정 난맥상 여전,
책임기관 외엔 발표시 실명 거론 못하게 해야”

최근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중국산 수입김치 납 성분 검출’ 주장과 이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중 유통 김치 수거 검사결과 발표를 보면서 우리나라 식품안전과 관련된 시스템의 난맥상을 또 한번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6월 발생한 ‘불량만두’ 파동과 너무도 닮은꼴이다. ‘불량만두’ 사건은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국산 납 김치’ 파동은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국가검사기관의 검사결과를 인용해 폭로하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두 사건이 모두 최종적인 책임부서는 식약청이다. 그리고 식약청의 수거 검사결과 두 사건 모두 경찰이나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발표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 경제적 파장 역시 유사하게 나타났다. 만두파동에서는 젊은 업체 사장 한 사람의 자살을 포함해 연쇄 부도사태가 벌어졌고, 이번 김치파동 역시 제조업체는 물론 김치를 제공하는 외식업체에 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도대체 이런 꼴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두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그것은 바로 헌법기관간의 공조체제 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기관별 ‘한탕주의’와 맞물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식품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기관은 잘하나 못하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다. 비록 정책결정권조차 없는 차관급 집행기관에 불과하지만 식품안전에 관한 한 실질적으로 최고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경찰이 ‘불량만두’ 사건을 발표할 때나 이번에 국회의원이 ‘중국산 납 김치’ 문제를 제기할 때 어느 쪽도 책임기관인 식약청에 사전 검증이나 협의는 물론 통보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식약청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다.

불행하게도 식약청과의 사전 공조 없이 툭 튀어나온 두 사건의 식품안전 관련 공표는 결과적으로 해프닝에 불과하다. 식약청의 정밀 검사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 난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파장은 엄청나다. 식품안전 행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증폭시켰고, 시장을 왜곡시킴으로써 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했다.

식품안전과 관련된 이같은 부정적인 해프닝을 초래하는 것은 헌법기관만이 아니다. 소비자단체에서 발표하는 것들 중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서울환경연합이 작년에 문제를 제기한 육가공제품의 아질산염 과다검출이나 지난달 터트린 비타민음료 방부제 과다검출, 그리고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이유식 농약성분 검출 등이 모두 식약청이 정한 국내 기준 규격으로 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안전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식약청은 마치 ‘청소부’ 역할만 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헌법기관이든 소비자단체든 막무가내식의 무책임하게 남발하는 발표를 수습하는데 급급하다. 이런 식의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식품안전과 관련된 소비자 신뢰는 회복할 길이 없다. 식품안전의 문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결국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행정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저절로 나오는 셈이다.

헌법기관이든 시민단체든 식품안전과 관련된 발표야 공치사를 위해 자체적으로 할 수 있지만, 적어도 발표 이전에는 공식적인 책임부처인 식약청으로부터 사전 검증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특히 유해성분에 대한 검사 등 결과가 가져올 파장이 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식약청의 확인을 받도록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 역시 식약청이 지도록 해야 한다.

식약청이 그런 기능을 수행할 역량이나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자체를 개선시키거나 다른 대안을 찾는 한이 있더라도, 중요한 것은 국가 차원의 최종 책임기관이 정해지고 그 기관을 통해 발표되는 내용만이 공식적인 것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책임기관이 아닌 다른 기관이나 시민단체, 또는 언론에서 공표할 때는 경찰이나 검찰에서 피의자 상태에 있는 사람의 신분을 밝힐 수 없듯이 회사명이나 제품명 등의 실명을 밝히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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