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인간중심 경영’ 아쉽다
외식업계 ‘인간중심 경영’ 아쉽다
  • 관리자
  • 승인 2006.03.31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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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오랜 기자생활을 통해 소위 ‘행간 읽기’를 해온 필자로서는 사람의 표정, 목소리 등을 간과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 때문에 ‘포커페이스’가 되지 않는 한 사람의 감정이나 심리상태는 얼굴이나 목소리 등을 통해 표출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가보지 않아도 그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는 전화를 받는 직원의 목소리만 들어도 감을 잡을 수가 있다. 하물며 직접 얼굴을 보고 행동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외식업소 현장 서비스 직원의 경우 심리상태가 곧바로 서비스 수준으로 연결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서빙하는 직원의 태도가 불량하면 ‘밥맛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직원의 서비스 정신 고취는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서도 개선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치료법은 동기부여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인지(Feeling)는 하는데 행동(Action)을 하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내적 자질 부족이요, 다른 하나는 외적 동기 부족이다. 실력이나 역량이 부족한, 즉 내적 자질 부족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지만,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경우는 십중팔구 외적 동기부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적 동기부여의 방식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급여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보수를 많이 주는 것과 인간적 대우, 그리고 장기적인 비전이 최고일 것이다. 열정을 갖고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더라도 일하는 만큼의 대가가 주어지지 않고, 인간적인 대우가 없어 감동을 받지 못하거나, 그나마 장기적인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행동(Action)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지경에 이르면 직원들의 전화 받는 목소리가 퉁명스러워지고 서비스 하는 몸짓이 단정하지 않게 변하게 돼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외식업소 경영주들은 과연 어느 정도의 ‘인간중심 경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일일이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최근 한국외식연감편찬위원회와 (사)한국음식업중앙회가 외식 경영주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소 실망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경영주들은 지금의 불황을 타개할 대책으로 인건비 축소라고 답한 사람이 25.24%로 가장 많았다. 메뉴 및 서비스 보강(19.38%), 철저한 단골고객관리(18.9%), 원재료비 축소(16.92%)등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우수 외식업소의 기준은 맛과 서비스, 위생관리를 비롯한 환경 등 크게 3가지 요소가 잣대가 된다. 그런데 이 3가지 요소는 모두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 오랜 세월 우수 외식업소로 인정받아 오던 업소도 경영주가 인사관리를 잘못하는 순간부터 순식간에 맛, 서비스, 위생관리 모두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외식업소가 ‘인간중심 경영’을 가볍게 생각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인간중심 경영’이 유행이다. 일하는 사람에게 감동을 줌으로써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하게 하기 위함이다. 직원은 물론 직원의 가족까지 보듬는 추세다.

얼마 전 주류업체인 두산주류BG의 노조가 신제품 소주 ‘처음처럼’ 출시를 계기로 임금 및 단체협약에 관한 모든 사항을 회사에 일임하자 이 회사 사장은 모든 사원들의 가족에게 감사의 편지와 케익을 전달했다는 아름다운 소식이 본지 이번호 16면에 소개돼 있다.

이 회사 한기선 사장은 800여명에 이르는 전 사원의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제품이 출시된 이후 많은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해준 덕분에 ‘처음처럼’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이러한 성과는 직원들을 가장 가까이서 격려하고, 지원해주고 계신 가족들의 힘이 함께하고 있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가. 이 회사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들이 가족을 회사에 초청해 견학과 더불어 구내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고,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족간의 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직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애사심을 갖게 하는 ‘인간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다.

반면에 외식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유난히 급여수준도 낮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니 이직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실업자가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좋은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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