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만난 바리스타는 한국WBC대회 수상을 비롯해 커핑 대회인 SCAE 등에서도 입상한 국내에서 실력파로 인정을 받고 있는 유명 바리스타였다.
접견장소는 자연스럽게 커피전문점이 됐고 국내 제일의 식품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유명 체인점에 자리를 잡았다.
대학로답게 매장은 정신없이 분주했고 카운터에는 커피를 받아 가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이었다. 매장이 바쁜 탓 이었을까. 커피를 주문하고 카운터에서 커피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니 이 매장의 바리스타들은 에스프레소를 5초도 안돼 추출을 하고 있었다.
커피의 추출 시간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분쇄된 커피가루에 기압을 가해 추출하는 에스프레소는 그만큼 기압을 가하는 시간에 커피 맛의 생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은 25초로 이 정도의 추출시간을 통해 뽑아낸 0.8온스~1온스 에스프레소가 가장 적정한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초 내외의 추출시간을 가진 에스프레소는 당연히 맛이 밋밋할 수밖에 없다. 이 매장을 나올 때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매장 밖에는 ‘저희 매장의 커피는 ‘강배전’ 한 커피를 사용합니다’ 라는 문구를 걸고 있었다.
‘강배전’은 일반적으로 생두를 로스팅할 때 굽는 단계를 말하는 것으로 주로 강한 맛을 내는 커피를 제공하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브랜드가 ‘강배전’을 선택한 배경에는 주로 커피 위에 우유 등을 올리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취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풍부한 우유와 크림을 올렸지만 진한 에스프레소의 맛과 향은 잃지는 않겠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강배전’을 홍보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한 사항이지만 강한 커피 맛을 어필한 업체가 제공하는 급하게 추출된 밋밋한 맛의 커피는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내친김에 우리는 대학로 일대 유명 커피체인점 7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상황은 모두 비슷했다. 그렇다고 커피머신의 성능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매장들은 라씸발리를 비롯해 페마, 달라코르떼, 란실리오 등 모두 추출 압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커피머신들 일색이었다.
이러한 사항을 같이 본 바리스타의 얘기는 더욱 충격이었다. 커피를 뽑기에 25초의 시간이 더딜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는 추출기계의 세팅 자체를 10초 내외로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대부분 ‘카라멜마끼아또’ 등의 단맛을 선호하고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드물어 추출 시간에 업체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스타벅스의 인기메뉴는 ‘카페라떼’와 ‘카라멜마끼아또’가 아닌 ‘아메리카노’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소비자들의 커피 본연의 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 체인점들도 이제는 점포출점, 사이드 메뉴 군 확장에 주력하기 보다 제대로 된 방식의 추출기법 고수 등 커피 만들기 기본에 더욱 충실해져야 한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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