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도 일방적으로 우리 기업, 우리 정부 입장에서 한상들에게 도움만 요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품의 유통망 확보에는 현지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한상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런데 이들에게 물건을 팔아달라고 부탁하면서도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열린 식품ㆍ외식 세미나에서 미국 3만5천여명의 한상이 소속돼 있는 국제한인식품주류상총연합회(Kargo International)를 대표해 참석한 필라델피아 한인식품협회 류인현 이사장은 한국 식품기업과 미국 한상들의 상생전략으로 한식을 특화한 프랜차이즈 편의점 사업을 제안했다.
세계시장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미국 시장에 한식을 뿌리내리기 위해 확실한 유통거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적인 판단에서 나온 제안임에도 우리 식품기업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연간 매출액으로 1조 클럽에 가입돼 있는 한 식품기업의 담당자는 “당분간 편의점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 전혀 없어, 이 부분에서 오해의 소지가 없길 바란다”며 “한상들의 식료품점을 통하지 않더라도 미국 대형유통업체들과의 납품계약을 늘려가고 있어 시장진출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한상들과 우리 식품ㆍ외식기업이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한상대회의 개최 취지와는 거리가 먼 발언이었던 셈. 게다가 이 담당자의 자신만만한 발언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세미나 참관객들을 또 한 번 씁쓸하게 했다.
류인현 이사장이 해당 기업의 제품들이 실제로는 미국 백인들이 많이 찾는 핵심 상권이 아닌 변두리에서만 유통되고 있어 한식을 좋아하는 한인들조차 구매하기가 어렵다고 밝힌 것이다.
국내 제일의 식품 대기업이라고는 해도 세계시장에서는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 자신감과 오만함을 헷갈려 애써 모국을 찾은 한상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신원철 기자 hac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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