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1차 선정 품목 16개를 발표했다. 이날 선정된 품목은 순대, 청국장, 고추장, 간장, 된장, 막걸리, 떡 등 식품 7개 품목과 세탁비누, 골판지상자, 플라스틱 금형, 프레스 금형, 자동제 재제조부품, 재생타이어, 기타인쇄물, 절연전선 등이다.
동반위는 식품 7개 품목을 ‘확장자제’ 단계로 분류해 더 이상의 사업 확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단어는 ‘더 이상’과 ‘권고’다.
이번 1차 선정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이 어디까지인지를 알 길이 없다. 고추장, 간장, 된장, 청국장 등을 생산하는 장류 업체에는 저가 시장 진출을 제한하면서 ‘저가’의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떡도 프랜차이즈 확장을 자제하라고 주문하면서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발표 내용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불명확한 기준 제시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동반위는 “자세한 내용은 합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번 발표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품목에 대한 단계별 권고사항은 단지 권고에 그칠 뿐 어떤 강제력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강제성은 없지만 동반성장을 중요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이번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막대한 이윤과 그 동안 쌓아왔던 사업기반을 포기하는 기업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이번 발표가 탐탁지 않은 분위기임을 알 수 있다.
상생을 기치로 내걸면서 대기업의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고 있어 대기업들은 울상이다. 선정된 분야에서 더 이상의 사업 확장은 힘들 전망이며, 심하면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 등 일부 품목에서 몇몇 대기업들은 이미 내수 시장을 포기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중소기업 또한 이번 발표 내용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만 커져가고 있다. 사실 대기업들이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업이 적극 협조해 자리를 양보한다해도 대기업 범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몇몇 중견기업들이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작 알맹이는 온데간데없는 동반위의 이번 발표는 무엇인가 보여주기 위해 다급하게 진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함께 발전하자는 처음의 좋은 의도가 서투른 과정과 어설픈 결과로 인해 퇴색되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이봄이 기자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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