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쌀 품종 족집게처럼 가려낸다
<특별기고> 쌀 품종 족집게처럼 가려낸다
  • 관리자
  • 승인 2011.12.05 0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영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답작과 농업연구관
지문을 이용하여 사람 개개인을 구별하는 것처럼 쌀도 유전물질인 DNA 특성을 이용하여 품종을 구분할 수 있다.

‘쌀 품종판별’이라는 기술은 모든 생물체가 자기 고유의 DNA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 착안해 개발된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브랜드 쌀’의 품종을 찾아낼 수 있다.

쌀은 품종마다 고유의 맛이 있어 밥맛이 조금씩 차이가 나고 소비자 또한 선호하는 밥맛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품종으로 생산된 브랜드 쌀이 유통되면 소비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밥맛의 브랜드 쌀을 쉽게 구입하여 먹을 수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시중에 유통되는 ‘브랜드 쌀’의 종류는 1600여개가 넘었으며, 이들 브랜드 쌀은 품종명이나 도정시기, 생산지역 등 정확한 정보 없이 무분별하게 유통되었다.

심지어 우리나라 품종의 쌀이 외국 품종으로 표기되어 고가로 판매되거나, 특정지역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그 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둔갑하여 판매하는 일도 많았다. 이 때문에 브랜드 쌀의 유통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한편으로는 다가올 자유무역체제의 쌀시장 개방에 앞서 국내 브랜드 쌀 품질관리를 통해 수입쌀에 대한 우리 쌀의 경쟁력을 높여야 주장도 제기되었다.

특히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자포니카 쌀은 육안으로는 구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쌀 품종판별’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였다.

현재는 사람이 친자확인 혹은 지문확인이 어려울 때 DNA 판별에 의해 신원을 확인하는 것처럼 벼 품종간에 구별되는 ‘DNA 표지인자’를 개발하여 이들을 조합함으로써 품종을 판별하는 기술이 농촌진흥청에 의해서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2002년 개발된 이 기술은 우리나라 8개 도농업기술원과 29개 시군농업기술센터, 4개 식품관련 회사 및 기관 등에 기술 이전된 바 있으며, 농림수산식품부와 전국소비자단체 주관으로 개최한 전국 최우수 브랜드 쌀, ‘러브米’를 선정하는 평가에서도 활용되었다.

또한 시장에 유통 중인 전국 브랜드 쌀에 표기된 품종명의 진위 검사에도 이용되어 잘못된 품종명을 바로 잡는데 쓰이기도 하였다.

현재 모든 브랜드 쌀의 포장지에는 품종명, 생산년도, 생산지역, 생산자 연락처 등을 표기하도록 되어있고, 품종명을 표기한다면 브랜드 쌀에 표기된 품종이 80% 이상 함유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일반계’ 또는 ‘혼합쌀’로 표기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유통쌀 표기 강화법’으로 만들어진 이 조항은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벼 품종의 고품질화 및 차별화를 위해 품종명이 표기된 ‘브랜드 쌀’의 품종 순도률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므로 ‘쌀 품종판별’ 기술의 활용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쌀시장이 개방화 될 때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비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입맛에 맞는 고품질 쌀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고 품질의 벼 생산과 더불어 수확 후 철저한 관리를 통한 혼입방지 노력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우리 쌀이 최고의 밥맛을 가진 쌀로 인식을 받는다면 외국산 쌀과도 충분히 겨뤄볼만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최고의 밥맛에 기능성이 추가된 쌀 품종이 다수 육성되어 판매되고 있다.

품종판별 기술은 순도가 높은 단일품종 브랜드 쌀의 소비를 촉진하고 수입 저가 쌀이나 재고쌀의 혼합 유통을 방지함으로써 쌀의 유통질서를 확립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현재 쌀 품종판별기술을 기초로 콩, 팥, 밀 등의 품종판별 기술이 이미 확립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다른 농산물의 품종판별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모든 곡물에 대한 품종판별기술이 개발되어 저가농산물 또는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수입농산물이 국내산으로 둔갑하여 불법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좋은 쌀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도 브랜드 쌀 포장재에 표기된 품종명과 생산년도 등을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고, 쌀을 고르는 안목을 키워 우리 쌀의 품질경쟁력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