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무조건 왕?’ 외식업 종사자들의 비애
‘손님은 무조건 왕?’ 외식업 종사자들의 비애
  • 관리자
  • 승인 2012.04.09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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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다섯 살 아들에게 수일 전부터 약속한 장난감을 사주려고 한 대형마트에 들렀다. 그 동안 몇 개 봐두었던 장난감을 아들과 함께 열심히 고르고 있는데 마트 안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뭉뚝한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잇따라 험한 육두문자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를 포함해 쇼핑에 몰두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손님으로 보이는 우람한 체구의 한 남자가 마트 직원들에게 사정없이 욕을 해대며 삿대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한동안 그치지 않던 소란은 결국 매니저급인 직원 한 명이 더 달려와서야 겨우 수그러들었다.

마트 직원은 남자에게 90도 절을 연거푸 하며 고객 달래기에 연신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그렇게 소란을 피울 정도의 큰일도 아니었던듯 싶다.

흔히 마트에 가면 각자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야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카터기를 빼 올 수 있다. 그런데 동전이 없는 고객과 동전 교환을 요청했던 직원 간의 행동이 화근이 됐던 모양이었다.

이왕 그 자리에서 직원이 더 센스 있게 행동했다면 좋은 일이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손님은 왕’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유통외식업계들의 발 빠른 진출과 처절한 경쟁구도에서 무형의 서비스도 하나의 차별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SNS 등 첨단 통신망의 발달로 고객의 입소문이 실시간 퍼지기 쉬운 요즘에는 대내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 유통외식업체는 그야말로 좋은 먹잇감이 되는 셈이다.

임신부 폭행사건 시비로 떠들썩했던 모 외식업체 등을 비롯해 수시로 올라오는 SNS의 악성댓글 때문에 외식업체들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라고 한다. 미디어의 힘이 강해진 만큼 자칫 고객에게 밉보여 좋을 게 없다보니 서비스업계는 고객의 생떼마저도 들어주고 맞춰줘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남부러울 것이 없는 좋은 직장에 다니지만 매일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했던 한 도시철도 기관사는 결국 공황장애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영실적 쌓기에 급급해 기관사의 고통을 외면하고 짓누른 경영진에게도 책임과 환경개선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집중 조명됐다.

유통외식업계 종사자들도 실적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남몰래 공황장애 못지않은 우울과 허탈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방적인 서비스만 강요되는 분위기에서 유통외식업계 종사자들의 잦은 이직과 이탈도 장기적인 발전에서는 고민을 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사자들을 위한 정신적 교육과 지원 방안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말 유통산업발전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통령령으로 정한 대형마트의 야간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달 2일 이내에서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육체적인 휴식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보다 유연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에티켓 있는 고객의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백안진 기자 baj@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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