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원 가량 하는 카페라테를 마시지 않고 매일(월 9만원수준) 30년간 모으면 65세부터 연금으로 매달 월 45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월 불입금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 정서에 외식은 “싸게 먹어야 잘 먹었다”, “먹지 않아야 돈 모은다”라는 인식이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음식가격은 항상 저렴해야 된다는 인식이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외식업주들도 무한리필, 스페셜 세트, 어메이징 런치 등 대부분 맛보다는 비싸지 않다는 인식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도 식당이 음식가격을 조금만 인상해도 물가의 주범인 마냥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저가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가격이 어떻게 매겨지냐는 꼼꼼히 따지지 않는 것 같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이 점심으로 즐기는 백반의 가격은 5천원 내외로 나타났다. 대부분 시중에서 판매되는 5천원 내외의 백반은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가격에 제공되는 식사의 영양이 과연 좋을 수 있는가를 반문해 보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저질식재료 논란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학교 직영급식의 가격은 3천원 수준으로 이 가격에는 임대료, 인건비, 급식제조에 따른 제반시설비가 포함돼 있지 않다. 학생들이 지급하는 3천원은 대부분 식재료비로 충당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양사들은 학교급식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가격인상에 대해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임대료·인건비·제반시설비까지 모두 내고 있는 일반 외식업자들의 5천원 백반은 과연 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낮은 가격을 지급하며 이용을 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외식업계가 가공식재료를 사용하고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너무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업장은 질이 떨어지는 곳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수 있다. 또 3찬 이상이 나오지 않으면 불만을 토로하거나 반찬리필 역시 생활화돼 있어 외식 업주는 항상 피해자의 입장에서 마음고생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5천원에 대한 점심의 값어치가 절대로 적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가의 음식을 먹는 곳이라면 반찬은 개별로 구매해 즐기려는 일본인들의 식습관처럼 소비에 대한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외식업소를 이용하는 자세를 우리도 지녀야 할 것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식재료가격에 맞춰진 점심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가격저항에만 밀려 억지로 5천원에 맞춰지는 점심은 최근 물가인상을 바라 볼 때 우리의 삶에도 건강에도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장유진 기자 yujin78@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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