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미각(味覺)조리교육의 시대
[월요논단] 미각(味覺)조리교육의 시대
  • 관리자
  • 승인 2012.06.26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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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교수
날씨가 더워지면 한강변 주위는 여기 저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즐기면서 머무는 곳이 된다. 가족과 함께 더위를 피하고 싶어서 찾는 사람들, 또는 자기 몸을 관리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면 물결이 출렁이듯 한 폭의 그림처럼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난다. 몇 분의 지인들과 오랜 동안 정담을 나누며서 식사를 마칠 무렵, 서재에 있던 한 권의 책을 가져와 나에게 내밀었다. 폴 프리드먼의 ‘미각의 역사’란 번역서였다. 참으로 뜻밖에 일이었다. 그 분은 음식과는 전혀 다른 섬유분야의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사업상 국내외의 많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봤던 경험이 풍부한 분이라 내가 보기에도 상당한 수준의 미식가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런 계기로 해서 그날 여러 나라의 음식과 우리음식의 맛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실 어떤 음식이든지간에 음식의 맛을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부터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음식도 많을뿐더러 맛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기에 지금이라도 우리음식에 대한 맛을 제대로 알고 먹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조리교육이 필요한 시대임을 이구동성으로 피력했다.

인간의 오감(五感)은 각각의 감각매체를 통해 감성의 표현이 가장 확실하게 연계되어 표현되어진다. 특히 일반적인 정보를 습득하는데 있어서 시각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감각을 수용하는 기관으로 볼 때 입, 구강, 혀, 입천장 등 미각기관이 가장 많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을 섭취한다는 것은 철학적인 의미로는 정서적인 안정과 정신적인 감성을 유지하는 차원이지만, 의학적인 의미로는 신체적인 성장을 통한 균형적인 발전이란 기본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밥상머리교육을 시작으로 미각조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인간의 미각은 상상 이상으로 예민하고 정확하기 때문에 혀에 남는 맛과 뇌에 각인된 맛의 축척으로 인해 감성적 편안함과 즐거움을 평생 제공받는다.

일찍이(1990) 프랑스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패스트푸드의 맛에 길들여져 전통음식의 이름이나 맛을 모르는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여 미각조리교육을 실시하게 됐다. 음식 먹는 즐거움을 알게 하고, 전통식 문화 계승을 위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시작된 교육이다. 특히 입맛이 형성되기 이전의 연령층 어린이들에게 이 시기의 미각 형성에 맞추어 미각을 발달시키고 식생활 체험 학습을 통해 풍부한 감성을 기르고 올바른 인격형성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일본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식육기본법에 의거해 초등학교에서부터 오감으로 음식을 먹고, 맛을 보며 함께 식사하는 것을 토대로 미각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일반교육은 일정한 의도에 따라 행해지는 전달활동이라 볼 수 있지만. 미각조리교육은 실기교육의 일환으로 일정 수준까지 숙달하도록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학습활동을 해야 한다. 요리를 하는 동안 냄새를 맡고 만지고 맛을 보고 새로운 음식이나 기피하는 맛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도록 하는 통합적 학습이 돼야 한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식습관 대부분이 인스턴트식품이나 간단한 패스트푸드식품을 섭취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분별한 식습관과 불규칙한 식사, 국적도 없는 음식들의 섭취로 인해 청소년들의 비만은 물론 인격형성에 필요한 정서적인 안정성까지 빼앗아가고 있다고 본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과 왕따로 인한 자퇴, 심지어 자살까지 서슴치 않고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아이들이 자아존중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소중함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존중감을 형성할 수 있는 정서적 시기인 초등학교 때 부터 미각조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각조리교육은 단순히 음식을 만들면서 맛을 테스트 하는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감각적 경험, 운동기술, 언어, 수학, 사회, 문화 등 여러 영역과 관련된 경험을 토대로 인지적, 신체적, 정서적인 발달을 긍정적으로 도와 올바른 인격형성은 물론 미래 직업교육까지 병행하는 통합적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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