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엄청난 취재력 덕분이었을까. 공정위 발표 후 얼마가지 않아 사건의 은밀한 내막은 더 이상 감출 힘을 잃고 말았다. 언론들은 공정위가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비결이 리니언시 제도를 노리고 들어온 삼양의 배신이었다는 것을 재빠르게 입수했다.
사건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담합 여부를 떠나 상당히 재미있는 스토리가 그려졌다며 침을 튀겼고 기자도 리니언시 제도를 기가 막히게 이용한 삼양의 전략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더욱 흥미를 끄는 사실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삼양이 지난 7월에 이르러서야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았다고 고백한 것이다. 과징금 처분을 받은 라면 3사도 잇달아 소송을 제기해 짬짜미 공방전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실 리니언시 제도는 짬짜미를 시도한 당사자들 간의 신뢰를 무너뜨려 결국 이들의 짬짜미 행동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장 먼저 고발한 업체는 과징금을 100% 면제하고 2등은 50%를 면제한다는 유혹의 그림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독한 양면성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나타나듯 리니언시 제도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악용되는 사례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해 개인보험 상품의 이율을 짬짜미한 16개 생명보험사가 총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지만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한 교보생명(1342억원)과 삼성생명(1578억원)은 각각 100%, 50%를 탕감받았다. 이는 짬짜미를 하더라도 기간 동안 충분한 이득을 취한 후 재빠른 타이밍으로 빠져나가면 그만이라는, 속칭 ‘먹튀’ 행위가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삼양사의 리니언시 배경은 라면 시장의 70%를 지배하고 있는 업계 1위인 농심을 겨냥했다는 속설이 지배적이다. 담합 여부를 떠나서 과거 우지파동 때 업계 1위를 내주고 끝없이 추락했던 삼양으로선 농심이 마냥 밉게만 보일 것이다. 허나 중요한 건 리니언시 제도를 적절히 이용한 삼양의 행동이 과연 적절했냐는 것이다.
앞으로 공정위와 정부 관계자들은 업체간의 짬짜미가 지속적으로 벌어질 것을 감안한다면 리니언시 제도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농심을 비롯한 오뚜기, 팔도도 공정위의 판결에 굉장히 억울하다며 소송까지 간 마당이지만, 짬짜미 행동이 명백한 사실로 들어날 경우에는 어떠한 비판의 화살도 감당해야 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물론 과징금을 잘 피해간 삼양도 예외는 아니다.
김상우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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