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영안실과 월마트, 그리고 열린우리당
세브란스병원 영안실과 월마트, 그리고 열린우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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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1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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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 가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거기는 ‘조문5不’로 유명하다. 술, 담배, 고스톱, 밤샘, 음식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병원측의 ‘조문5不’ 규칙이다. 기독교 정신에 기초한 발상인지 몰라도 불특정 다수의 조문객들에게는 불편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며, 이는 상가(喪家)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반면, 삼성의료원 영안실은 어떤가. 세브란스병원이 허용하지 않는 5가지를 모두 허용하고 있다. 병원 내에서는 담배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유일하게 영안실 구내매점에서는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상가에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 음식접대 도우미 파출부까지 알선해준다. 심지어 상주만을 위한 샤워장까지 마련돼 있다.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로 편리하다.

결과는 어떤가. 결국 세브란스병원이 두 손을 들었다. 장례식장 이용건수가 월 200여건에서 120여건으로 줄어들고, 술과 음식 등이 제공되지 않음에 따라 장례식장 수입도 다른 장례식장의 1/5 수준에 그치자 ‘조문5不’의 허용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기독교 정신이 무너지는 순간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얼마 전 외국의 대표적인 할인유통매장 두 회사가 국내에서 마케팅에 실패하고 국내 업체에 매각을 하고 철수를 단행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 즉 한국 아줌마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31일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에게 손님이 고객이라면 정치에서는 국민이 고객이다.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바로 고객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이나 외국계 할인유통매장, 그리고 열린우리당의 ‘패배선언’이 주는 교훈은 고객중심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대변해주는 것이다. 추구하는 바가 아무리 이상적이라고 할지라도 수요자의 생각과 거리가 멀면 외면을 당하게 돼있다.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어쩔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이다.

문제는 고객의 마음을 얼마나 빨리 읽고, 고객이 등을 돌리기 전에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려있다. 실패하는 정당, 실패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그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요즘 고객은 냉정하다. 그리고 고객이 접하는 정보의 속도가 빠르고 선택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변심의 속도나 주기도 그만큼 빨라지게 돼있다. 따라서 고객의 조그마한 불평이나 불만에 대해서도 민첩하게 대처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고객중심 경영의 요체다.

그나마 불평과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이 있을 때가 기회다. 불평과 불만을 표시하는 자체가 아직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그 때부터는 ‘침묵의 심판’이 기다릴 뿐이다.

외식업체 가운데 고객들이 불평과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영업이 잘 되지 않는다면 이미 ‘침묵의 심판’이 시작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외식업계에는 같은 업종 내에서도 업체간에 또는 매장별로 영업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체의 규모나 역사, 브랜드 파워만 믿고 그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끊임없는 노력, 그것만이 고객의 변심을 막을 수 있는 왕도일 것이다.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길은 돈을 들여 간판을 바꾸고 치장을 다시 하는 등의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고객의 눈높이에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에 맞게 마케팅 전략을 짜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를 주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지방선거에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민심을 반영한 정책적 변화를 하지 않는 가운데 그저 정계개편을 통해 새로운 간판으로 옷을 갈아입는다고 민심이 돌아서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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