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부처 간 식품 안전 관할 신경전
반복되는 부처 간 식품 안전 관할 신경전
  • 김상우
  • 승인 2012.11.2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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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가 밭에 있으면 농식품부, 마트에 있으면 식약청 관리(762호, 10월 29일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식품 위생과 안전을 담당하는 부처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식품 행정이 규제 위주로 흘러 이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동일한 식재료라도 생산에서 유통 단계, 가공 여부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다르다보니 식품 정책은 산업 육성보다는 안전관리와 규제에 치우쳐 농업과 축산업, 수산업이 식품산업과 연계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이다.

지난 2008년 정부 조직법 개정으로 해양수산부의 어업·수산업, 보건복지부의 식품 산업 업무를 합쳐 농림수산식품부가 출범했지만 식품 안전에 관한 업무는 여전히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안전청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특정 식재료 또는 식품의 관리를 놓고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의 힘겨루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돼지고기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벌어진 게 그 예이다.

조리나 가공하기 전 상태의 돼지고기는 농식품부 소관의 ‘축산물위생관리법’을 적용받고 빵가루를 묻혀 돈가스 형태로 가공할 경우 보건복지부 소관의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는다.

농식품부는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에 속하는 정육점에서도 돈가스나 수제 햄, 소시지 같은 식육가공품을 제조해 판매할 수 있도록 축산물위생관리법의 품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식품 안전과 위생 관리를 위해선 복지부 산하의 식약청이 담당하는 게 옳다고 반박했다.

물론 현행 법 체계 하에서 정육점도 돈가스 판매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축산물위생관리법은 물론 식품위생법까지 적용받기 때문에 시설과 표시기준, 준수 사항이 너무 복잡해 일반 정육점에선 사실상 식육가공품 판매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정부 물가관계 장관 회의서 ‘식육가공품 제조 유통 활성화 방안’이 마련돼 일반 정육점도 돈가스나 수제 햄, 소시지를 손쉽게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 번의 식육판매업 영업신고만으로 식육가공품 제조와 판매가 가능하도록 식육판매업의 영업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축산물위생관리법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즉 식육판매업이 ‘식육·가공품 판매업’으로 확대되고, 취급하는 식육가공품도 현행 즉석판매제조 가공업에서 생산할 수 있는 품목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식품 안전과 위생 관리 범위를 놓고 보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품목마다 일일이 관련법과 규정을 개정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식품 행정 체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식품 산업 육성과 발전, 안전과 위생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식품 행정의 일원화와 체계화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jang@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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