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매출과 상시근로자 규모가 증가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혜택과 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기업 성장을 억제하려고 할 때 ‘피터팬 증후군’이란 표현이 사용된다.
그러나 모든 중소기업이 ‘피터팬 증후군’에 사로잡혀 스스로 성장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로 적극 진출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는 대다수 기업들은 변함없는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하지만 지난 5일 동반성장위원회가 음식업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한 것은 외식 중견기업을 ‘피터팬’이 아닌 ‘오스카’로 만들어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독일 문호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에서 주인공인 오스카는 스스로 높은 곳에서 떨어져 ‘생물학적’으로 성장을 거부한다. 오스카는 나이를 먹어도 몸은 여전히 추락했던 당시 세 살에 머무른다.
중기 적합 업종 권고 대상이 된 외식 기업은 물론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등은 매출액이 200억원을 초과하고 상시근로자가 200명 이상이면 대기업으로 판단하는 현행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오죽하면 이번에 권고 대상에 포함된 한 외식 중견기업 관계자는 “동반성장위가 우리를 대기업의 반열에 올렸다”고 자조섞인 말까지 할 정도다.
때문에 ‘중소기업이 아니면 무조건 대기업이 되는’ 일률적인 잣대로 음식업을 중기 적합 업종으로 선정한 것은 외식 중견기업은 물론 예비 중견기업의 성장을 억눌러 결국 ‘오스카’의 몸처럼 성장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조차도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의(定義)가 시대 변화에 따라 조금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것은 중소기업을 정의하는 현행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결국 불합리한 점이 있음에도 충분한 논의나 협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음식점업을 중기 적합 업종으로 선정해 여러 외식기업들을 인위적으로 추락시켜 성장하지 못하는 ‘오스카’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식품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데도 우리는 세계 무대에 도전할 선수들을 ‘오스카’로 만들어 내보내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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