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없다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없다
  • 김상우
  • 승인 2013.06.24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4일 함양군에서 열린 외식 식재료 직거래 산지 페어를 취재하던 도중 아주 잠깐이었지만 기자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던 장면이 있었다.

이날 함양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함양군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재료 직거래 활성화 MOU 체결식이 끝난 직후 참석 내빈들이 로비에 마련된 농산물, 가공식품 전시코너를 참관하던 순간이었다.

막걸리와 복분자주 전시 코너에서 임창호 함양군수가 마치 CF모델처럼 제품의 라벨이 기자의 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막걸리 한 병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것이었다.

다른 내빈들이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식하는 동안 짧은 시간이나마 잠시 튀는 포즈를 취한 것이 마치 ‘우리 함양군 제품이 잘 알려지도록 홍보해 달라’는 제스처로 읽혀졌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군수직에 오른 지 불과 2개월도 안된 신임군수조차도 몇 초 안되는 순간이라도 자기 고장의 농식품을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aT에 따르면 2011년말 기준으로 전국의 농수축산물 브랜드는 53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농수축산물 브랜드를 만들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오히려 브랜드와 특산물을 상징하는 캐릭터 등 시각적인 이미지 부각에만 치중하다보니 어느 지역의 농수축산물이 우수하고 품질이 좋은지 변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자기 고장만의 특산물을 브랜드화하는 것 자체가 이전보다는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 팔도 각지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농수축산물을 브랜드화하는 것은 더 이상 차별화된 마케팅 방법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자기 고장의 농수축산물이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많이 가질 수 있느냐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로 외식 경영에서 ‘생각이 차이를 만들고, 차이가 매력을 만들고 매력은 곧 경쟁력이 된다’는 말은 함양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함양군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하고 있는 농산물 통합브랜드를 만든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며 자기 고장의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홍보하고 판촉하기 위해 ‘영업 사원’처럼 전국을 누볐다.

아무나 쉽게 만날 수 없는 굴지의 식품외식기업 CEO와의 만남을 갖기 위해 함양군 공직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 자기 고장의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구매해달라는 열의를 보였다.

이번 산지 페어에 참가한 어느 외식 CEO는 “자신의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고 판촉하려는 함양군 공직자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대기업 영업사원 못지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5년 전 다른 지자체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이 지자체의 특산물을 자신이 경영하는 외식업소의 메뉴에 사용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홍보할테니 안정적으로 공급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무원의 복지부동에 결국 계획을 접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aT와 함양군이 맺은 직거래 활성화 MOU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첫 사례다. aT는 농수축산 식품의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의 첫 대상지로 함양군이 선정된 것이다.

한 걸음이라도 더 걸어서 적극적으로 자기 고장의 특산물을 알리려는 함양군의 생각은 타 지자체와는 다른 차이를 만들었고, 그 차이는 다시 함양군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박장희 기자 jang@foodban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