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고용 없는 성장의 아픔
[외경시론] 고용 없는 성장의 아픔
  • 관리자
  • 승인 2013.07.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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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희 win-win노사관계연구소 소장
고용 없는 성장이 우리 사회의 아픔으로 깊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람을 고용하여야 할 자리에 자동화 기계로 대체되거나 직접 고용하지 않고 아웃소싱 등 간접 고용으로 대체되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은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사회의 청년층의 일자리가 생기지 않아서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고, 심지어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마저 늘어나고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일자리는 바로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한 인간이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일자리를 통해 이루어지며, 일을 통해서 자기의 생존에 필요한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어떠한 복지보다도 가장 높은 가치이며 소중한 것이 일자리 창출인 것이다. 그러나 그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다. 현정부뿐만 아니라 앞선 정부들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정책적 수단을 다 동원한다고 하지만 잘 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일자리가 더 부족해지고 있다.

“이태백”이라고 하여 “이십대 태반이 백수다”라는 말부터 시작하여 사오정, 오육도 등 다양한 속어들이 등장하였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알바’라는 것으로 전전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젊은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이기 때문에 청년층의 일자리가 더욱 중요한데, 지난 7월 1일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총 382만6천명으로 전체 취업자 2539만8천명의 15.1%를 차지했다고 한다.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83년에는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 비중이 31.5%이었는데 그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가 30년만에 반토막으로 낮아진 것이라고 한다. 이는 청년층 인구가 줄어든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겠으나, 청년층이 취업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심각한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취업난은 기이한 현상을 낳고 있는데 현대판 음서제이다. 최근 논란을 벌이고 있는 진주의료원을 포함한 전체 지방 의료원의 41%에 달하는 14곳이 직원의 퇴직이나 업무상 사망ㆍ상해 때 그 가족을 우선 채용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SK에너지 등 대기업에서도 임직원 자녀의 취업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며, 현대차는 2011년 신규채용 시 면접 대상자의 25%는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로 하고 이들에게 5% 가산점을 주도록 한다는 조항을 담은 단협을 체결했으며, 기아차 역시 지난 4월 현대차와 유사한 내용의 채용 규정을 두는 것에 대해 사측과 합의했다고 한다. 이러한 취업과 관련된 기 현상은 오늘날 젊은이들의 아픔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아픔은 왜 생겼을까? 여기에 대하여는 우리사회에서 깊은 성찰이 없다. 단순히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에만 언론들이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현상에는 분명히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청년층의 고학력화로 인한 미스매치 현상도 청년취업자 비중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고 한다. 고학력자가 늘면서 몇 안 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여기에 임금, 근로조건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으로의 취업 기피 현상이 맞물려 고학력 백수가 양산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도 일단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들이 고용을 하는데 두려움을 느끼고 고용을 기피하는데 있다. 소위 말해서 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이 무섭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법과 사회 분위기는 기업들에게 고용한 정규직 근로자를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고 끝까지 책임질 것을 강요하고 있다. 거기에 투쟁적인 노동조합이 생산성과 무관한 임금인상 등 고용조건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현실속에서 기업주들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마지막 선택으로 되어 버렸다.

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하느니 차라리 비용이 얼마 들더라도 자동화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고 하도급을 주는 것이다. 노동법과 사회분위기가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주들의 스스로의 생존법을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이미 노조에게 자녀채용이라는 고용세습권마저 인정하는 휘둘림에 당하고 있는 기업주들은 정규직 채용이 두려운 것이다. 이들이 우수한 인적자원을 필요한 시기에 두려움 없이 채용할 수 있는 노동법적 장치와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양질의 일자리를 우리 사회에 창출할 수 있게 하는 환경조성이라고 본다. 이를 위하여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노동법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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