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식품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월요논단] 식품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 관리자
  • 승인 2013.08.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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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우리 국민의 유통기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막대한 식품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못 먹는 것으로 알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고 있다. 식품 학계나 업계에서 볼 때 이건 너무나 잘못된 일이다.
식품의 유통기한은 규정된 저장조건에서 원래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기간(상미기간)의 70%에서 설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서 유통 판매되는 우유의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7일 이후라면 상미기간은 10일이다. 소비자가 유통기한 마지막 날에 구입해도 가정의 냉장고에 보관하면 3일 동안은 원래 맛과 동일한 품질의 우유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식품 관리당국에서 나온 감독관들이나 시민 감시원들이 식품 접객업소 저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가 발견되면 위법으로 행정처분을 하고 이것을 언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관리 당국과 언론이 유통기한을 잘못 알고 취한 관행이 온 국민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마구 버리게 한 것이다.

실제로 식품의 품질이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되는 기간(소비기한)은 상미기한보다 훨씬 길다. 소비자보호원의 발표에 의하면 유통기한이 제조일 이후 5~7일인 우유의 경우 집의 냉장고에서 제대로 보관하면 제조 후 30일까지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유통기한이 9개월인 냉동만두는 유통기한 만료 후 25일이 지나도 안전에 문제가 없으며, 냉장 빵류는 20일, 건면은 50일이 지나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접객업소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가 발견되면 문제 삼고 입건하는 현행 관리 관행은 크게 잘못된 일이며 하루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 포장에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기하자는 제안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유통기한 경과 등의 이유로 평균 1.8%의 제품이 반품되고 있으며 금액으로 연간 6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음식점이나 가정에서 소비기한이 경과하지 않은 식품을 버리는 양은 이보다 수십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공급 식량의 30%, 연간 500만t, 20조원으로 추산되는 식량손실의 대부분이 유통기한 표시제도의 불합리한 운용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가공식품에 대해 상미기한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유통기한보다 30% 연장된 판매기간이다. 그럼에도 반품 폐기되는 식품을 더 줄이기 위해 최근 34개 주요 도소매 업체들이 상미기한 1/3이내에 식품제조업소가 납품하도록 하던 관행을 상미기한 1/2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서 1천억엔 이상의 폐기식품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소비만료일을 표시하고 있으며 EU와 호주는 사용기간을 표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들이 막대한 식량손실을 막기 위해 유통 판매기간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식량자급률이 대단히 낮은 우리나라는 가장 짧은 판매기간을 적용하고 있으며 그 운용도 잘못하고 있다. 2011년 8월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 주최한 ‘식품안전과 식품가격 정책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었고 당시 기획재정부에서 식량손실을 막고 식품가격 안정을 위해 유통기한 표시제도를 개선할 것을 적극 거론하였으나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의식한 해당 부처들의 미온적인 자세로 소비기한의 표시제도가 좌절되었다.

식품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함께 표시하는 것은 유통 판매과정의 식품안전을 보장하면서 식품 폐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책이다. 이것은 일본의 상미기간 표시보다 안전 수준은 더 높이면서 소비자들의 유통기한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 음식을 아끼게 하는 방법이다. 또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버리지 않고 푸드뱅크나 자선사업단체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식품 폐기량을 반으로 줄이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15% 높일 수 있다. 식량자급률 1% 올리는데 줄잡아 1조원의 생산비 증가가 요구된다고 한다. 소비기한 표시가 가져올 국가적 이익을 생각하면 이 제도의 시행을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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