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롯데삼강이 국내 최초로 트랜스 지방 저감화 설비를 갖췄다고 해서 직접 찾아갔다.
저감화 설비에 대해 설명을 하던 롯데삼강 관계자가 저 트랜스 지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가의 설비를 갖췄는데 오히려 경영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의아해서 이유를 물으니 그가 설명을 했다.
트랜스 지방 함량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액체유를 고체유로 경화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기존의 경화유와 맛과 향이 조금 다른 경화유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기름으로 과자나 빵을 만들면 역시 맛과 향에서 미묘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제과·제빵업체들이 이 기름 쓰는 것을 꺼려한다고 털어놨다.
트랜스 지방 함량이 현격히 낮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맛이 변하면 찾지 않기 때문에 기존 경화유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 제조업체들의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싼 설비를 갖추고도 제대로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 경영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는 소비자의 요구를 명분으로 트랜스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도 기존의 경화유와 맛이 똑같은 기름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난감해 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소비자는 맛을 포기 못하고, 제조업체는 당연히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다 보니 원료업체만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정부가 트랜스 지방 함량을 낮추기 위해 제조업체를 압박하고 있는데 소비자를 먼저 바꾸지 않으면 제조업체는 절대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더 위협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건강이 중요하다고 해도 말초적인 미각에 좌지우지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정부 관계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정책 추진의 전후를 가릴 수 있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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