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직원들의 일처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해당 매장에는 무료로 제공하는 생수가 구비돼 있지 않았으며 매뉴얼에 없는 식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 노인을 상대하는 동안 다른 고객들의 서비스에 소홀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정중한 태도로 설명하고 거절했으니 이 매장 직원들이 비난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 노인이 매장을 나가고 난 후 매장 내에서 음식을 즐기던 다른 고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혹자는 “고작 물 한 잔을 요청했는데 거절하다니 정말 각박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언제부터 물이 돈이 있어야만 마실 수 있는 음료가 된 것이냐”며 분개했다.
물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매장에서 “난 이것이 필요하니 공짜로 달라”고 떼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식음료를 취급하는 외식업소가 마른 목을 축여줄 단 한 잔의 물에 언제부터 이렇게 각박해졌는지를 생각하면 씁쓸한 일이다. 예로부터 음식을 취급하는 업소의 미덕은 후한 인심이 아니었던가. 무엇보다큰 문제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기자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외식업은 경쟁이 치열한 서비스 업종이다. 많은 기업들은 고객의 정서적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앞의 사례는 어떤가. 이는 노인뿐만 아니라 그 광경을 목격한 다른 고객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불쾌감을 주는 계기가 됐다.
패스트푸드점의 음료 리필 서비스 폐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다. 최근 패스트푸드점들이 음료를 무료로 리필해주는 서비스를 잇달아 중단한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 음료 원가가 알려지면서 호된 비판을 받았다.
패스트푸드 업계 관계자는 음료수 리필 서비스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음료 가격을 아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의 음료를 리필하는 데 드는 시간으로 인해 다른 고객들의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의도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게 됐다.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기업은 영리가 큰 방향으로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되짚어봐야 할 점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값 비싼 광고 홍보나 사회공헌 활동에 열심인 기업들이 막상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부분이 매뉴얼에 따른 서비스인지 아니면 브랜드 이미지와 선호도를 높이는 것인지는 전략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임윤주 기자 lyj1188@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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