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수출과 붐이 최고조에 달하던 2011년부터 막걸리의 날이 지정됐지만, 이후 막걸리는 하락세를 걷기 시작하며 지난 2012년 막걸리 수출액은 3680만 달러로 2011년(5280만 달러)보다 30% 감소했다. 특히 올해 8월까지 막걸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54%나 감소하는 등 막걸리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막걸리의 일본 수출이 급성장을 보이며 막걸리 열풍이 불자 이참에 전통주 활성화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막걸리 ‘열풍’ 현상에만 도취된 나머지 그 그늘에 가려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를 체계적으로 활성화하는 단계로까지 연계시키지 못한 채 현재 침체기를 맞고 있다.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 와인을 본딴 햅쌀막걸리 출시를 비롯한 각종 이벤트 등 막걸리의 날 행사로라도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막걸리 열풍이 사그라지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막걸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풍부한 문화와 역사, 맛을 지닌 전통주를 재조명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막걸리 침체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국내외 소비자가 막걸리에 대해 ‘식상함’을 느끼고 있으며, 주요 수출국인 일본의 엔화 약세와 주류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한 수출 감소가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맛에 길들여지고 익숙한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다는 명목으로 감미료가 첨가되면서 막걸리의 맛이 획일화돼 오히려 소비자들로 하여금 싫증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단조로워진 맛에 길들여지면서 일체의 첨가물 없이 쌀과 누룩을 사용해 자연 발효시켜 전통 방식으로 빚은 막걸리 맛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이다.
막걸리라도 제대로 키우고 활성화시키려면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막걸리 맛을 좌우하는 재료인 쌀, 술을 빚는 방법 등 체계적인 정리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막걸리의 날’로 인해 집집마다 각양각색의 가양주(家釀酒) 문화를 꽃피웠던 우리의 전통주가 뒷전으로 밀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전통주 연구와 복원에 헌신하고 있는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은 전통주를 “우리 땅에서 생산되고 한국인이 주식(主食)으로 삼는 쌀을 주재료로 하고 전통누룩을 발효제로 하되, 전통성을 간직하면서도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동안 갈고 닦아 온 고유한 양조방법을 바탕으로, 자연물 이외의 그 어떤 인위적인 가공품이나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자연발효에 의한 술”이라고 정의했다.
요컨대 부처별 업무와 관련법령마다 제각각인 전통주의 정의를 바로잡는 ‘기본’에서 전통주 활성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장희 기자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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