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속보 경쟁이나 단독 보도 경쟁은 신속성과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허나 이를 뛰어넘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선정적인 제목만을 고집한다던지, 혹은 사건의 본질 외에 곁가지에 치중하는 모습은 지나친 경쟁이 낳은 대표적인 폐해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국내 연예저널리즘의 현황과 품질제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연예매체들의 무분별한 기사화를 지적하고 있다. 연구진은 “포털의 광고영업기구적 성격과 연예기획사의 홍보기구적 성격이 결합된 정체성을 갖고 있다”며 “포털은 페이지뷰와 광고단가를 목적으로 구성되고, 페이지뷰 증가라는 사명 하에 별 일 아닌 이슈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연예계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러한 문제가 비단 연예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매우 잘 알고 있다.
최근 숙명여대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가 뜬금없이 ‘조삼모사’ 논란에 휘말린 사건도 똑같은 폐단의 연장선이다.
사건은 숙명여대 학생회 측에서 식단가 200원 인상안에 반대하면서 벌어졌다. 신세계푸드는 2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1학기부터 학교 측에 식단가 인상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의 통보를 받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했는지 학생회 측은 신세계푸드에 인상안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조금이나마 성의를 표하고자 바나나와 요구르트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학생회 측은 이를 조삼모사 식의 우롱이라며 더욱 거세게 반발했다.
이를 두고 몇몇 언론들은 학생회 측의 입장을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했으며, 배턴을 이어받은 여타 언론들은 제목을 더 선정적으로 잡아 신세계푸드를 간단히 매도시켰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다수의 급식업계 관계자들은 “신세계푸드가 괜스레 바나나 마케팅을 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며 안타까움을 보이기도 했다. 어느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농심이 양학선 체조국가대표 선수에게 너구리 100박스를 제공했다가 언론의 가십거리식 보도로 후폭풍을 맞았던 사건과 흡사하다는 견해다.
사실 이번 사건은 학생회 측과 학교 간의 문제다. 신세계푸드가 식단가를 터무니없이 인상한 것도 아니고 나름의 이유를 들어 학교와 협상을 끝마친 일이다. 학생회는 불만이 있다면 학교 측과 협의할 일이지 애꿎은 신세계푸드를 코너로 몰고 가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언론도 단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가십거리식 보도는 이제 그만둘 일이다. 삼양라면 우지 사건이나 불량만두 파동으로 인한 자살사건을 잊지 않았다면 삐뚤어진 펜대로 괜한 이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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