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한식이 세계화 되어야 하는 이유
[월요논단] 한식이 세계화 되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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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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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음식문화는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에 의하여 일차적으로 형성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소로리볍씨, 1만4천년전)가 한반도에서 발견되고 콩의 원산지가 남만주와 한반도 지역이라는 사실은 한국인의 음식문화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쌀과 콩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한국인은 쌀밥에 콩반찬(두부, 콩나물, 된장찌개)만 있으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한식으로 손꼽히는 비빔밥과 떡볶이의 기본은 쌀과 고추장이다. 쇠고기를 간장에 재워 굽는 불고기는 북쪽에서 유입된 유목민족의 육식문화와 한반도 토착민의 두장문화가 결합된 산물이다. 토기에 물을 끓여 밥을 짓고 찌개나 탕을 끓이는 조리법은 주로 기름에 들들 볶거나 밀가루 음식(만두)을 찌는 중국의 조리법과는 분명히 차이를 보인다. 콩을 물에 담궈 끓임으로써 영양저해요소를 제거하는 조리법의 발견도 토기를 이용한 끓임문화에서 가능한 것이다. 기원전 8천~3천년에 걸친 한반도의 원시토기문화시대가 우리 식품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 시기에 세계 최초로 토기를 이용한 끓임문화와 발효문화가 한반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원시토기문화시대를 거쳐 쌀과 콩을 위주로 하는 건강식으로 발전한 한식은 영양학적으로 잘 균형잡힌 식단이다. 콩의 풍부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이 쌀의 탄수화물과 조합하여 이상적인 식단을 만든다.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을 다량 함유한 육류와 우유를 주식으로 하는 서양사람들이 겪고 있는 비만과 고지혈증, 심장병, 암을 예방하고 치유하려면 동물성 식품섭취를 줄이고 콩과 식물성 식품을 먹어야 한다. 따라서 한식은 서양 사람들의 만성적인 대사질환을 치유할 수 있는 음식이다.

한국전통 식단의 에너지 구성은 탄수화물 75%, 단백질 15%, 지방 10%의 비율로 되어있다. 서양 사람들의 식단에서 지방에너지 비율이 30% 이상이라고 우리 식단의 지방에너지가 너무 낮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유와 육류를 위주로 하는 서양 음식에서 지방에너지를 30% 이하로 낮추기가 어렵다. 서양음식에서 지방에너지 비율을 억지로 낮추면 맛이 없어 팔리지 않는다. 오히려 1980년대에 우리 식단이 서구화 영향을 받아 지방에너지가 10%를 넘으면서 당뇨병과 암 등 각종 성인병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쌀과 콩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의 전통식단은 소중히 지켜야 할 가치이며 서양의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 가르쳐야 할 음식문화이다. 지나치게 높은 지방함량과 채소를 거의 먹지 않는 서양 사람들의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한식에 담긴 건강지혜를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콩나물은 계절에 관계없이 아삭아삭하고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를 공급하는 뛰어난 조리법이다. 두부는 콩 단백질을 분리 농축하여 조직화한 최고(最古)의 조립식품(engineered food)이다. 서양이 자랑하는 마아가린 제조법보다 천년을 앞선 식품가공기술이다. 고려시대에는 우리의 두부제조 기술자들이 중국에까지 건너가 기술을 전파한 기록들이 있다.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조선의 두부가 일본의 고급식품으로 정착하게 된다.

한국의 드라마와 K-팝 등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제 한국의 음식문화가 서양사람들이 배워야 할 건강 상식으로 전파되어야 할 때이다.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고 고치는 식약동원의 지혜를 한국음식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우리 음식의 레시피와 효능에 얽힌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단군설화에서 마늘과 쑥의 스토리텔링을 엮어낸 조상님들의 얼과 지혜를 21세기의 지구촌을 위해 다시 발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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