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당초 민감한 정치적 문제와 맞닿은 소재로 흥행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개봉 15일만에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7번방의 비밀’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흥행 대박의 파장은 정치적 담론을 넘어 돼지국밥이라는 서민 음식에까지 미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가 먹는 돼지국밥을 본 많은 사람들이 맛을 궁금해 한다.
주변에서 돼지국밥집을 찾지 못하는 젊은 관객들은 SNS를 통해 수소문하기도 하고 인터넷 폭풍검색을 거친 뒤 발품을 팔아 식당을 찾는다. 여기다 아이돌 그룹 출신의 연예인이 돼지국밥집에서 ‘변호인’ 감상 후기를 올리면서 분위기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돼지국밥은 부산•경남의 지역음식이라 할만 하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방에서는 순댓국이 흔하지만 돼지국밥을 파는 식당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때문에 ‘변호인’을 보고 난생 처음 돼지국밥을 먹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돼지국밥을 부산•경남에서만 팔게 된 유래는 정확하지 않다. 함경도 지역에서 즐겨 먹던 음식을 6•25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부산에서 팔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고 일제 강점기 밀양의 양산식당이 원조라는 설도 있다.
부산시는 돼지국밥을 향토식품으로 지정하고 문화관광 사업과 연계한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부산•경남 지방에 뿌리내린 데 비해 다른 지방으로의 확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돼지국밥과 같이 돼지 뼈와 고기로 국물을 내는 일본 돈코츠라멘 전문식당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돼지국밥이 확산되지 않은 이유는 이와 비슷한 순댓국 음식점이 많은데다 이왕이면 설렁탕이나 소머리국밥을 먹겠다는 소비자들의 취향 때문으로 보인다. 돼지고기에서 연상되는 잡내도 거부감이 들게 했을 것이다.
막상 부산의 유명 돼지국밥을 먹어본다면 이같은 선입견은 깨끗이 사라진다. 부산까지 가지 않더라도 서울 광진구 성수동 골목의 테이블 4개짜리 작은 식당에서 깔끔하고 진한 돼지국밥을 맛볼 수 있다.
식당 주인은 요즘 갑자기 돼지국밥을 찾는 손님이 늘었다며 “변호인이라는 영화 때문이란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어쩌면 돼지국밥은 외식업계의 새로운 메뉴로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른다. 부산•경남 이외의 지방에서 그동안 팔던 순댓국과 함께 돼지국밥을 식당의 대표 메뉴로 올릴 수 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짚어보면서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외식업계의 생존법까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 ‘변호인’이 미처 예상치 못했던 호재였다면 앞으로 이와 같은 사례를 더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외식기업이나 외식업소가 블로그 등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외식업중앙회 등 단체 차원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한 대중메뉴 알리기에 나선다면 어떨까.
임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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