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꽃을 가꾸는 사람
[외경시론] 꽃을 가꾸는 사람
  • 관리자
  • 승인 2014.06.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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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수 상명대학교 외식영양학과 교수
야생화(野生花, wild flower)의 뜻이 무엇일까? 사전은 ‘인공적인 노력이 가해지지 않는 자연상태에서 피는 식물의 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개량할 수 있는 많은 꽃들은 개량되어 상품화되고, 그렇지 않은 자연의 꽃들이 야생화로 불리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편견도 있다. 이파리와 줄기에 비해, 꽃의 크기와 비율이 작아 상품화에 한계가 있거나 색깔이 분명하지 않은 꽃일거라고. 그러나 이건 완전히 편견이다. 온 줄기와 가지에 가득 꽃을 피우는 야생화도 많고, 선명하고 세련된 빛깔로 계절을 물들이는 야생화도 있다.

내가 주말농사를 짓고 있는 강원도 진부에는 야생화가 많다. 처음엔 눈길이 가지 않았다. 나 역시 야생화가 좋은지 몰랐던 것이다.

그러다 야생화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게 진부의 어느 전원주택 앞마당을 본 후부터였다. 서울에 살며 주말에 그곳에 와서 자연을 향유하는 그 분의 집과 정원이 아름다워 무조건 들어가 보았다.

그냥 무조건이었다. 10월, 야생화가 핀 그 집 정원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쑥부쟁이, 국화, 벌개미취 등 보라색, 흰색, 분홍색, 노란색 꽃이 그림 같았다.

아주 세련된 색깔에 그윽하면서도 정열적이었다. 알고보니, 많은 사람들이 꽃을 가꾸다 서서히 야생화에 눈을 뜨게되고, 눈을 뜬 사람들은 야생화 마니아로 진화하게 되어있었다.

우리나라에 자치단체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은 많다. 또 작은 텃밭을 가꾸는 도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 주말농장과 텃밭에 꽃을 가꾸는 사람들은 적다. 독일과 영국에는 주말농장에 농사 대신 꽃을 가꾸는 사람들도 많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에 꽃을 가꾸면 심신의 기쁨도 커지고,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도 선사한다. 꽃을 가꾸는 사람은 먹고 사는 데만 몰두해 있는 사람보다 높은 정신세계에 도달해 있다. 꽃을 가꾸는 사람을 보면 다가가서 말이라도 걸고 싶은 느낌을 갖게 된다.

내가 살고있는 서울의 북한산 자락에도 집앞 빈터를 모두 동네 사람들이 텃밭으로 일구어놓았다. 대략 500평쯤 되는 넓이를 말이다. 거기서 가꾸는 게 온통 상추와 오이다. 상추는 사실 2평만 심어도 서너 집이 먹을 만큼 소출이 많다. 그걸 5평, 10평씩 해마다 심는다. 꽃은 전체에 단 한 그루도 없다. 어떤 때에는 상추 못 먹고 죽은 귀신이 붙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한 해는 내가 봄에 꽃이 피는 벚꽃나무와 가을 단풍이 고운 은행나무를 사다가 한켠에 심어놓은 적도 있다. 그랬더니 그건 금새 누가 뽑아 버렸다.

꽃은 가꾸고 그걸 향유하는 사람들, 그런 나라가 부럽다. 나라로 치자면 스위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초원위에 집을 짓고, 집의 마당과 베란다마다 꽃을 심고, 또 걸어놓는다. 거의 예외가 없을 정도다. 하기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게 좋다고 느끼긴 할 것이다. 유럽 여행에서 제일 좋은 나라로 스위스를 종종 치니 말이다.

꽃을 심고 가꾸어보자. 그게 나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이웃에 손을 건네는 일이기도 하다. 교회나 절도 말로만 이웃을 얘기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웃에 손을 내밀지 설교하고, 행동을 보여 보면 어떨까. 자치단체도 각 가정들이 스스로 꽃을 가꾸어 주민들로 하여금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겠다. 자치단체가 엄청난 예산을 써서 일방적으로 심어놓고, 소방차로 물을 뿌리고 하는 일방통행을 넘어서 말이다.

봄에는 민들레, 양지꽃, 현호색, 말발도리, 각시붓꽃, 얼레지 같은 야생화가 좋다. 얼레지는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과 비슷하여 아름답다. 여름에는 하늘나리, 노루오줌, 흰그늘 용담이 좋다. 가을에는 달개비, 애기똥풀, 금계국, 벌개미취, 쑥부쟁이가 일품이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곳에 혼자 다소곳이 피기도 하지만, 야생화가 군락으로 모이면 어느 서양의 개량종 꽃보다 화려하다.

꽃을 가꾸어 보면 어떨까? 정원, 정원이 없으면 화분에라도 꽃을 가꾸어보자.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건 순전히 마음의 문제다. 마음의 상태가 문제다. 꽃 한송이 가꾸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분명 동앗줄 같은 신경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혹, 아는가? 우리가 꽃을 가꿀 때, 우리가 살아가는 이 한반도, 그리고 이 행성에도 평화와 사랑이라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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