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유통, 캡티브 마켓 없인 ‘제자리걸음’
식자재 유통, 캡티브 마켓 없인 ‘제자리걸음’
  • 김상우
  • 승인 2014.09.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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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업체 조건 충족 시 영업이익 감소…외상거래까지 빈번
캡티브 마켓이 크지 않은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시장의 척박한 환경에 고전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 계열 식자재 유통사들은 빈번한 외상 거래와 각 업체의 치열한 저가 경쟁, 거래처 확대의 한계 등으로 재고가 쌓이거나 현금 흐름이 끊기는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국내 식자재 유통 1위인 CJ프레시웨이는 이 같은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지난해 어닝 쇼크를 경험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억4천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6.6%나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는 실적 회복에 성공한 모습이지만 기저효과 수준에 그치고 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식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시장 확대도 쉽지 않아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CJ프레시웨이와 한화호텔&리조트, 동원홈푸드, 대상베스트코, 푸드머스 등 캡티브 마켓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대금 회수가 어렵거나 외식 경로의 저가 경쟁으로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이 어려운 중소급식업체나 외식업체들이 대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외식업체는 품목별로 가장 저렴한 제품을 찾아 저가 경쟁을 부추기며 품목 일관화가 안 된다는 점, 단기 계약 등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수주해도 식재 공급 못해
또한 식자재 유통의 주요 소비처인 급식사업장도 사업주의 각종 요구로 식재 공급을 막기도 한다.

지난 5월 강원랜드 구내식당 수주에 성공한 동원홈푸드는 강원랜드가 강원도 지역의 식재를 급식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조건을 넣으면서 자사의 식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식재는 동원홈푸드의 자체 식재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 적지 않은 손해를 본다.

동원홈푸드 관계자는 “지자체 농가의 상생을 돕는다는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영업장 매출을 감안했을 때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등 캡티브 마켓이 거대한 대기업들은 자체 수급 물량이 많아 외부 확대를 도모하지 않아도 실적에 큰 어려움이 없다. 특히 몇몇 업체는 캡티브 마켓의 확대를 위해 하청업체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A업체의 경우 자사 계열사의 하청업체들에게 구내식당 사용을 압박하는 강제 계약도 맺고 있다”며 “계열사 중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는다면 관련 계열사에 강력히 항의해 빼앗아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식자재 유통 적폐, 로비 관행
보이지 않는 로비도 빈번하다. 학교급식 식재의 경우 일부 업체들이 공정한 경쟁보다 영양교사들의 로비를 통한 납품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학교급식을 중심으로 로비가 횡행한다”며 “이런 관행이 지속되면 로비 없이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밖에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식자재 도매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신청도 걸림돌이다.

지난 5월 동반위는 “도소매 협동조합이 대기업의 식자재 도매업 시장 확대로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로 중기적합업종을 신청했다”며 “신청 접수가 조건이 충족되면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소매 협동조합은 현재 신청 조건을 충족시키고자 전국 단위로 범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100조원이 될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대기업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리지 않고 있다”며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인식 전환 없인 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언감생심”이라고 꼬집었다.
김상우 기자 ksw@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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