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소비자의 알권리- 식품표시제도의 함정
[월요논단]소비자의 알권리- 식품표시제도의 함정
  • 신지훈
  • 승인 2014.10.06 0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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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식품조사기술의 활용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회의 초반에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방사능과 방사선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반 대중의 방사선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방사선은 코발트60 같은 동위원소나 전자빔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에너지파로 공항의 수화물검사, X선 촬영 등 의료처치나 식품저장에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에너지원이다.

방사선을 이용해 식품의 발아억제, 해충방제, 살균공정 등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경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에는 식품의 이온화 조사기술은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 식품저장기술로 미래에는 지금 냉동식품을 먹는 것처럼 조사식품을 먹게 될 것이다.

그러나 2010년 방사선조사식품 표시기준이 확대되어 조사 처리된 원료를 사용한 모든 식품에 대해 표시를 의무화하면서 조사기술의 이용은 사실상 중단되고 말았다. 소비자들의 수용태세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에 ‘조사식품’이라고 표기할 회사는 없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미생물 오염 이 심한 일부 분말조미료의 살균에 조사처리 대신 고압열처리 공정을 사용하면서 생산비는 30% 증가하고 품질은 훨씬 떨어진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신선과채류의 검역과정에서 이온화 조사처리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메틸부로마이드 등 환경과 인체에 좋지 않은 화학훈증제를 쓸 수밖에 없다. 조사기술에 대한 이해득실을 제대로 평가하여 이 기술의 이용을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이들 신기술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막무가내로 표시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바람에 정부가 밀리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기술혁신이나 국제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잘못된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기술개발에 의한 창조경제가 우리의 살길이라고 역설하고 있으나 실제는 이를 가로막는 일들이 너무 많다.


최근 유전자변형(GM)식품에 대한 표시확대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GMO 유해론을 퍼뜨린 유럽에서도 이제는 그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우리 국민은 아직도 유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래 유전자나 단백질이 제거된 식품에서는 GMO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분석방법이 없는데도 표시를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그 주장대로 하면 표시한 회사만이 손해를 보는 불합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우리와 사정이 유사한 일본과 대만도 표시확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은 우리 인류가 미래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식량생산이 감소하고 중국, 인도 등 신흥 공업국가들의 경제성장으로 동물성식품 소비가 늘어나면 세계시장에서 사올 수 있는 식량이 부족해진다.

세계시장에 나오는 식량 대부분이 GM작물인데 곡물의 70%를 수입해 먹는 우리가 GM곡물을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면 뭘 먹고 살 것인가? GM식품의 표시확대를 주장하기 전에 국민에게 GMO의 안전성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지난 18년간 미국의 3억 인구가 GM식품을 아무 표시 없이 먹고 있으나 부작용 발생 건수가 전무하다. 미국 과학자들이 주장해온 ‘실질적 동등성의 원리’가 확인된 것이다.

정부가 사용을 허가하고 실제로 온 국민이 먹고 있는 식품에 대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확장하면서 표시확대를 요구하려면 먼저 그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겁주고 표시하면 결국 사먹지 말라는 것인데 우리의 식량사정이 그걸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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