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식품을 왜곡하는 것들1_불고기가 일본 음식이라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식품을 왜곡하는 것들1_불고기가 일본 음식이라는 주장에 대해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7.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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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연구원
▲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연구원

중국 한(漢)나라의 한비자(韓非子) 시절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왕이 지나가다가 화가에게 다가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가? 하니 ‘개와 말을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犬馬最難)’고 했단다.

이해가 잘되지 않아 왕이 다시 물어보기를 그러면 어느 것이 가장 쉬운가? 물었더니 ‘귀신과 도깨비 그리는 것이 가장 쉽다(鬼魅最易)’고 했다고 한다.

왜 그러느냐 되물으니 개나 말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서(夫犬馬 人所知也) 그릴 때 마다 한 마디씩 하니까 더 그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 누구나 식품에 대해 한 마디씩 할 줄 알 정도로 상식은 갖고 있다. 그러니까 함부로 이야기했다간 본전도 못 건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식품이란 개와 말과 같이 모든 이들이 관심이 많다.

식품에 대해 각자 한마디씩 할 줄 알고 관심이 크다보니 가장 잘못된 사실이 많이 알려진 분야가 식품과 음식 분야다.

지금도 식품에 대해 잘못된 사실이 학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대부분 학문적인 업적이나 진실은 논문으로 발표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논문 발표는 두서너 사람의 심사(peer review)를 거쳐서 게재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성립이 되지 않으면 게재될 수 없다.

하지만 책은 픽션도 쓸 수 있고, 논픽션도 쓸 수 있다. 그런데 식품과 관련해서는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책을 쓸 경우 학자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학자가 아니라면 어떠한 소재를 갖고라도 사실이 아닌 경우를 소설과 같이 책을 써도 무방하다.

그러나 진실이 아닌 것을 책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모르기 때문에 논문보다 더 좋은 자료인 줄 알아 잘못 받아드릴 우려가 있으며 더군다나 관심이 많은 식품 분야는 진실이 아닌 것도 쉽게 퍼져 혼돈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연구원에 있는 J교수가 식품에 관해 책을 많이 쓰고 있다. 하도 그럴듯하게 글도 잘 써 신문이나 잡지에서 컬럼도 많이 쓰고 재미있게 말도 잘해 방송 등에서 식품에 대해 이야기도 자주 하고 있다.

사실 그는 식품연구에 있어 권위 있는 국제적 학술지에 논문을 내지는 못했지만 교수이자 학자다. 그의 책이 소설인지 아닌지는 여기서 논할 수 없으나 어쨌든 그는 한국의 음식에 대해 적지 않은 저서를 남겼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노라면 비과학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또한 그가 갖고 있는 통설(예를 들면 고추가 임진왜란 전에는 없었다는 설)이 논리적으로 이상한 부분이 있음을 그 여러 문장에서 볼 수 있다.

그런 느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리적 검증이나 탐구노력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는 논리적인 맹점이 있는 설을 합리화하기 위한 허무맹랑한 잡설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진실은 단순하게 쉽게 이해되어야 하지, 많은 잡설이 동원될 정도이면 이미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갈릴레오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진리가 아님이 분명하다. 그 결과 그가 얼마나 우리나라 식품에 대해 왜곡하고 식문화를 난잡하게 만들고 있는가?

그가 우리 식품 문화를 여기저기서 한두 군데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여러 방송이나 컬럼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가 아니라면 식품에 대해 어떠한 소설책을 쓰는 것도 좋다.

그러나 학자라면 더욱 조심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그의 책 내용 가운데 수많은 잘못된 글이 많으나 먼저 그가 기술한 잘못된 내용을 하나 소개한다. 이 글이 얼마나 터무니가 없는 주장인지는 독자들이 판단하기를 바란다. 

‘불고기는 일본 맛’

(전략)간장을 만드는 기술이 일본에 종속되어 있는 만큼 간장으로 맛을 내는 음식의 맛마저도 일본에 종속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즉 한국 음식을 대표한다는 불고기의 맛은 일본식 간장의 맛이 지배한다. (중략) 그래서 그는 ‘불고기는 한국 것이 아니고 일본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J교수 저서, ‘음식전쟁 문화전쟁’에서, pp.110-117)

간장과 불고기가 일본 것이라…. 할 말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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