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의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식품산업의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8.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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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전 세계 3만 명 정도가 매년 모이는 미국 식품공학회(IFT) 연차총회는 식품학자들의 노력으로 발전하는 식품산업의 현황을 보여주는 거대 이벤트이다. 첨단과학기술을 식품산업에 적용해 더 맛있고, 영양가 높고, 쉽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신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오늘날 미국의 풍요를 이룬 장본인이 식품학자와 식품산업임을 강조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자긍심을 고양하는 화려한 축제이다. 이러한 축제의 이면에는 식품학자들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높이려는 뼈를 깎는 노력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는 국제생명과학회(ILSI)는 2009년 연구자와 연구비를 지원하는 업체 간의 이해관계에 의한 잠재적 편향성을 관리하기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과학연구가 외부의 재정지원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연구자가 가지게 되는 연구의 편향성 또는 이해관계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제안한 것이다. 모든 연구에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설계된 연구를 수행하고, 지원기관이 특정 연구결과를 요구해서는 안 되며, 연구자가 연구결과를 출판할 권리와 재정지원을 한 모든 이해 당사자를 공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오랫동안 관행처럼 여겨온 제약회사와 의사들 사이의 리베이트 문제는 최근 척결되어야 할 사회악으로 관리되고 있다.

식품영양학 분야는 정부와 산업체에서 주로 연구비를 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들 연구비를 받아 식품관련법에서 요구하는 품질과 안전성에 맞는 제품 개발을 하거나 포장에 표시된 건강 효능을 증명하는 연구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연구자가 가지게 되는 연구 편향성과 이해관계의 충돌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과제는 정부정책에 맞는 연구결과를 내는 경향이 크고 산업체지원 연구는 산업체가 원하는 결과를 내는 것을 당연시하기도 한다.

연구비 지원과 과학자의 편향성 문제는 오늘날 과학계가 안고 있는 대단히 어려운 난제 중의 하나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산업체 지원 연구를 한 과학자는 공공정책 자문위원으로 위촉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2012년 유럽식품안전처(EFSA)는 이해관계자 배제 정책을 강화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권고안을 냈다. 그 이유는 이것을 강화하면 과학자들이 EFSA의 전문가 패널에 참여하는데 부담감을 갖고 협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수년전 과학기술한림원 소식지에 ‘과학의 진실성 확보: 이해관계의 충돌을 관리하기 위한 제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위해 연구비의 지원은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나 과학자의 양심을 지키고 편향된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규범이 있어야 한다. 연구비를 주는 정부와 산업계가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학자의 양심을 보호하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식품업계는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최근 식품회사도 담배회사와 마찬가지로 나쁜 회사이며 그 정체를 폭로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는 것은 과학자의 신뢰가 떨어진 결과로 봐야 한다.

우리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을 공급하는 식품회사를 담배회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식품이 유익하고 안전한 물질이라는 전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싶다.

더 맛있고, 영양가가 높고, 간편하게 먹으려는 인간의 본태적 욕망을 충실히 만족시켜온 식품산업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투명하게 밝혀내고 극복하려는 과학적 노력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학자의 연구 진실성과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산업의 공익성을 높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돕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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