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기획] ①외식업계 위기 ‘빈익빈의 악순환’
[최저임금기획] ①외식업계 위기 ‘빈익빈의 악순환’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5.08.2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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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떨어진 최저임금 인상… 업계 ‘공멸이 두렵다’
글 싣는 순서
   ①외식업계 위기 ‘빈익빈의 악순환’
   ②외식업계 인건비·생산성 따져보니
   ③외식업계 최저임금 위기 뛰어넘기
▲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시급을 결정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오름에 따라 정규직 직원들의 급여도 연쇄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여 외식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가맹점의 아르바이트 사원이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이인우 기자 liw@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9일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을 올해보다 8.1% 오른 6030원으로 결정했다.

경영계는 이는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선 수준이라며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최저임금 문제는 노동자 입장만 부각될 뿐 외식업계 등 사업자의 입장은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소비진작에 따른 경기회복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기반이 허약한 외식업계로서는 과도한 인건비 부담에 따른 고용축소, 영세사업장의 폐업속출 등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가 바라는 ‘부익부’ 효과가 아닌 ‘빈익빈’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시행 4개월 여를 앞두고 3회에 걸쳐 외식업계의 현황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갑을’(甲乙) 논란에서 경영주는 상대적 약자인 피고용인을 부당하게 처우하는 주범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업장에서 이같은 사례가 적발돼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경기도 김포시의 한 한식전문점 경영주는 “당장 일할 사람이 귀한 외식업에서는 근로자가 철저한 ‘갑’”이라며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입장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모든 책임은 경영주가 져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정부의 정책과 사회적 관심이 근로자에게만 쏠리면서 경영주 입장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임금 문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8.1% 인상된 6030원으로 결정되면서 시급이 아닌 월급을 받는 직원들의 임금인상도 잇따를 전망이다.

중견 외식업 경영주들은 이미 최저임금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주고 있기 때문에 당장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정규직 급여도 오르는 ‘나비효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나비효과 불가피

최저임금을 둘러싼 가장 큰 문제는 가뜩이나 허약한 외식업계의 체질상 더 이상의 인건비 부담은 경영주와 근로자 모두 일자리를 잃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이다.

활발한 소비가 뒷받침되고 업계의 경쟁력이 충분할 경우 임금상승은 소비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외식업계 현실에 비춰볼 때 오히려 빈익빈의 악순환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중견 외식업소들이 우려하는 점은 인력사무소의 담합에 따른 전반적인 임금 인상이다. 이들 업소는 일손이 딸릴 경우 청년 아르바이트 대신 대부분 인력사무소를 통해 파출부를 고용한다. 최근 파출부 일당은 7만~7만5천 원으로 주말 등 바쁠 때는 8만 원을 주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이들 일용직 파출부의 임금이 정직원보다 높기 때문에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이같은 문제가 지속될 경우 정규직원의 급여 인상 요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파출부를 공급하는 인력사무소는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일용직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담합을 통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서울 종로구나 여의도, 영등포 등으로 인력을 몰아주는 바람에 다른 지역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게 된다.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취업할 경우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정규직 근무를 마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한 업소에서 장기간 근무해야 고객관리 등 부가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외식업체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명동의 중견 외식업소 관계자는 “직원들의 파출부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일손이 부족해도 자기들이 해결하려 한다”며 “이럴 경우에도 특근 수당 등 추가 인건비가 나가게 되고 서비스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급여조정 요구 또한 거세질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직원들은 최저임금과 근로계약 등 노동법에 대해 경영주보다 더 잘 알고 있다”며 “외식업에 대한 직업의식보다 자신의 권리만 앞세우는 직원들이 늘고 있어 당장 내년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생각보다 거셀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르바이트 많은 프랜차이즈 업계 위기

아르바이트 사원 비중이 높은 외식프랜차이즈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직접적인 수익감소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외식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을 책정하고 있다.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본부보다 각 가맹점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직원 임금 책정 등 고용문제는 가맹점주가 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대기업 관계자는 “전체 브랜드에 종사하는 1만5천여 명의 직원 중 아르바이트 사원이 50% 이상”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된 만큼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맹점 입장은 본사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대기업 외식 프랜차이즈의 베이커리

브랜드 가맹점주 김모 씨는 정규직 5명과 시간제 아르바이트 직원 10명을 고용하고 있다. 정규직은 제빵사는 300만 원, 홀 담당은 각각 150만~200만 원의 월급에 아르바이트는 시급 6천 원을 줘야 한다. 아르바이트 직원은 이직이 잦은데다 신규 직원을 채용할 경우 인수인계 기간 동안 2명의 인건비가 나가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비해 많은 급여를 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김 씨는 “정부가 소상공인의 피를 빨아 생색은 자기들이 내고 있다”며 “매출은 제자리인데 인건비 등 경비만 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적자 운영을 한지 오래됐다”고 토로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폐업할 수밖에 없고 15명의 직원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지적이다.

패스트푸드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맥도날드는 담당 업무에 따라 평균 7천~8천 원의 시급을 적용한다. 여기다 아르바이트 직원도 정규직과 동일한 4대 보험과 건강검진, 경조사 지원, 학비 지원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롯데리아도 7천~9천 원의 시급에 사회보험, 1년 이상 근속자 퇴직금 지급, 명절 선물 등을 주고 버거킹은 6800~7500원의 시급에다 연 1회 건강검진, 야간근무자 특수건강검진, 심야교통비 지급, 사이버대 학비 일부 지원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준다.

하지만 맥도날드의 경우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출근시간을 늦추는 등 ‘꺾기’ 관행이 심하다는 이유로 알바노조가 시위를 벌이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

주점업계 ‘차라리 아르바이트 한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5600~7400원 정도의 시급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은 이직률이 높아 인력확보의 어려움이 타 업종보다 큰 편이다. 여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아르바이트 시급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점주가 직접적으로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을 본사에 이야기하지 않지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인건비 상승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치킨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bbq와 굽네치킨, 네네치킨 등 유명 치킨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초보 6500원, 경력자 7500원 정도의 시급을 주급으로 환산해 매주 지급한다. 현재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아르바이트 종사자 이탈방지와 사기 진작 등을 위해 ‘알아서’ 시급을 올려줘야 할 입장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치킨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최근 몇 년 사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전체 임금이 많이 올라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인력난도 가중되고 있어 차라리 아내와 둘이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배달 비중이 높은 피자업계는 배달원의 인건비 증가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배달원 급여는 시급 6천~8천 원에다 배달 1건 당 500원 내외의 수당을 챙겨주고 있다. 배달주문이 없어도 시급을 줘야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다른 업종보다 낮은 6천 원 내외의 시급을 주고 있는 주점업계는 매출이 약 20% 줄어든 데다 인건비까지 오르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서민경기에 민감한 술값을 올릴 수도 없어 경영주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점업계 또한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존 직원도 급여 인상을 요구해 경영압박이 심해질 전망이다.

구로구의 W주점 관계자는 “일부 직원은 근무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이유로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하는 등 벌써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알바노조, ‘인상폭 너무 낮다’ 주장

반면 아르바이트 사원 측은 내년 최저임금인상 폭이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박종만 알바노조 기획팀장은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선 최소 시급 1만 원은 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장시간 노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세사업장의 입장은 이해되는 부분 있지만 인건비보다는 임대료 등의 비중이 더 크다는 점이 문제”라며 “조사결과 최저임금보다 많은 급여를 주는 사업장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져 서비스 질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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