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모럴헤저드, 업계 피해 부른다
오너의 모럴헤저드, 업계 피해 부른다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5.08.2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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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를 말하는 모럴헤저드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모럴헤저드가 단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집단 전체를 와해시킬 만큼 위험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모럴헤저드는 우리 사회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나타난다.  

특히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할 사회 지도층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한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게 한다.

최근 모 국회의원은 자녀의 취업을 청탁하고 또 다른 의원은 특혜를 주는 명목으로 수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 이러한 비리가 고발되자 당사자들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음모론이라 주장한다. 막다른 골목까지 가야만 잘못을 시인하는 패턴이 반복되기 일쑤다. 

어디 정치권뿐이랴. 공기업에서는 전관예우란 명목으로 낙하산 인사가 수없이 이뤄지고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도 망하지 않을 것이란 대책 없는 관망이다.  

얼마 전 법정관리에 들어간 A급식업체의 사례도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 업체는 한때 수익성이 좋은 사업장을 다수 운영하는 등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했다. 그러나 수익성에 집착한 오너의 지나친 욕심과 모럴헤저드가 회사를 위기로 몰고 갔다.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어느 순간 식재비율로 장난을 치는 일이 빈번해졌고 별도 회사 설립을 통해 오너 뒷주머니를 채웠다고 한다.  

더욱이 회사가 법정관리 단계까지 와있음에도 식재유통사로부터 억 단위의 식재를 공급받았다. 대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거래를 지속한 것이다. 대금 규모는 업체별로 상이하나 많게는 7억 원에서 적게는 1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낌새를 챈 몇몇 업체는  급히 거래를 중단하면서 피해를 면하기도 했다.  

현재 이 업체는 직원들이 대거 퇴사한 상태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은 동종 업체에 이력서를 넣는 등 재취업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혹자는 이 업체를 두고 “회사는 망하더라도 오너는 망하지 않았을 것”이란 우스갯소리를 한다. 

경기도에 있는 B급식업체도 악명이 높다. 빈번한 퇴직금 체불에 참다못한 직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도 최대한 버티고 본다. 직원 평균 근속 기간이 1년도 안 돼 사업장 관리는 엉망인 수준이다.

C업체는 식품제조사업이 신통찮지만 급식사업이 손해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C업체를 잘 아는 관계자는 “재고로 쌓인 자사 가공식품을 급식용으로 많이 활용한다”며 “식단가를 줄이고 재고품도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며 이 업체의 꼼수를 비판했다. 

우리나라 급식산업의 평가절하도 이러한 몇몇 업체의 모럴헤저드가 축적되면서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한다. 국내 단체급식이 태동한지 30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급식하면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오너의 모럴헤저드가 결국은 전체 시장을 갉아먹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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