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로또나 한번 해볼까”
“나도 로또나 한번 해볼까”
  • 김병조
  • 승인 2006.08.31 0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며칠 전 직원에게 “로또를 하려면 어떻게 하지”라고 물은 적이 있다. 가끔 뉴스를 통해 이번 주 로또 당첨자가 몇 명이며, 당첨금은 몇 억이니 하는 걸 봐도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로 취급해 관심도 가지지 않았기에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지금껏 그 흔한 주택복권도 한번 사보지 않은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직원에게는 담배를 끊고 그 돈으로 로또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나도 '인생역전'을 꿈꾸고 있음을 숨기고 싶지 않다.

나는 뭇사람들이 즐기는 ‘잡기’ 중에 못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당구고, 하나는 포커다. 당구는 대학시절 당구장에 갈 형편이 되지 않아 배우질 못했고, 포커는 도박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예 배울 생각 자체를 안했다. 게임과 도박의 경계가 명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돈을 놓고 돈 따먹기를 하는 것은 크나 작으나 모두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중독성이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평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내가 “나도 로또나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한 이유가 뭘까.

‘바다 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나도 ‘바다 이야기’를 처음엔 진짜 횟집으로 생각했었다. 나중에 게임장이라는 걸 알고는 ‘요즘도 저런 게임장이 인기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알고 보니 엄청난 사람들이 ‘도박’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것도 서민들이 더 많이 했다는 것이었다. 강남보다는 강북에,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에 더 많은 게임장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에 대해 “경제불황 탓”이라고 진단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나의 기본철학은 ‘일을 통해 행복을 찾자’라는 것”이라면서 “경제가 어려우니 일반인들이 땀 흘려 일해 대가를 얻는 생각 대신 요행만 바란다”고 말했다.

나는 “경제불황 탓”이라는 그 말에 동의한다. ‘사오정, 오륙도’ 시대에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할만한 것이 없으니, 그런데도 먹고 살 걱정은 해야 하니 요행을 바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날이 밝았는데도 출근 할 곳이 없어 집에 있자니 가족들 눈치 보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엔 사행성 게임장이 일종의 ‘안식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서 소위 말하는 ‘다단계(네트워크 마케팅)’가 가장 먼저 번창(?)한 지역이 부산과 대구라는 분석이 있다. 다단계도 땀 흘려 일해 대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기대서 요행을 바란다고 볼 수 있다. 나름대로 이유를 분석해 본 결과 부산과 대구 등 지방경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령 대구의 경우 전통적인 지역 특화 산업인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 된지 이미 오래됐고, 그나마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청구, 우방 등 중견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경제가 피폐해진 후 할 일이 없어진 시민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명박 전 시장의 진단에 한 가지를 더 수정해서 보태고 싶다. 땀 흘려 일해 대가를 얻는 생각 대신 요행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해도 행복을 찾을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바로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이명박 씨의 생각처럼 ‘일을 통해 행복을 찾자’는 가치관이 과연 통할 수 있을까. 월급쟁이 평생 해봐야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들고, 퇴직금으로 부부가 어렵게 자영업을 시작한 경우도 종업원 임금 주고 건물주에게 임대료 내고 나면 남는 것이라고는 ‘피곤함’ 밖에 없는데 그래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바다 이야기’의 비리 의혹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서민들이 일을 통해 행복을 찾고, 또 그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정부나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는 한 나처럼 ‘나도 로또나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