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자존심과 자신감
어려울수록 자존심과 자신감
  • 신지훈 기자
  • 승인 2015.12.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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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 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달포 전 동창생들의 점심 모임에서 20명 이상 참석자들이 박장대소를 불러일으킨 어느 친구의 우스갯소리 한 토막.

얼핏 성질 급해 보이는 사내가 마을버스를 탔다. 하지만 버스가 바로 떠나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손님을 더 태우려고 시간을 끄는 것으로 오해한 사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따지듯 목청을 높였다.

“기사 양반, 이 ‘똥차’ 언제 떠나는 거요? 금년 내로 떠나기는 한답디까?” 하지만 운전기사의 대응도 만만찮았다. “손님 죄송합니다. 이 차를 ‘똥차’라고 하시니 드리는 말씀인데요. ‘똥’이 차야 떠나지요. 한 두덩이 ‘똥’ 만으로는 기름값도 나오지 않거든요.”   

그 우스갯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크게 웃어 제켰지만 이내 개운치 않은 뒷맛으로 께적지근해 졌다. 멀쩡한 마을버스를 비하해 한껏 조롱하다가 졸지에 면박을 당한 사내의 모습이 어쩌면 자신이 경영주 또는 직원으로 일하는 외식업을 과거 ‘먹는장사’ 쯤으로 비하하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사내가 가령 버스를 ‘꽃차’라고 했더라면 자신도 최소한 ‘박꽃’이나 ‘붓꽃’ 정도의 대접은 받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외식문화 산업계 사람들은 그 어느 해보다도 잔인한 연말연시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로 터 잡은 불황의 늪 때문이 아니다. 올 가을 이후 정부와 국회를 향한 외식문화 산업 관련 업계와 학계 사람들의 절규와 호소가 그냥 속절없이 허공 속에 묻힐 외침으로 끝날 것만 같은 불길한 조짐때문이다. 

이는 외식산업진흥 예산안에 대한 관련 업계와 학계의 강력한 증액요구가 묵살되고 정부 원안대로 최종 확정 의결됐다는 사실로 드러났다.

외식산업진흥법에 의한 국가의 외식산업 진흥 자금예산이 ‘달랑 6억 원’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대한 강력한 시정요구가 이처럼 허무하게 끝났으니 올해 늦가을의 외식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3대 현안 중 남아 있는 건 탁상입법이라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 저지와 ‘생색내기 수수료 인하방지’를 위한 근본해결책 등 두 가지뿐이다. 그마저도 전망이 어둡다.

탁상악법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중 특히 청년 일자리 늘리기 관련 사항이라는 점에서 ‘없던 것으로’ 되돌리기엔 부담이 크다. 생색내기 신용카드 수수료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 역시 국가경제 시스템에 관련된 문제라는 측면에서 간단치 않다.  

그렇다면 이제 외식관련 업계와 학계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자명해졌다. 비록 지난 10월 14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사)한국외식업중앙회의 ‘서민경제 상생발전 결의대회’에서 제갈창균 회장이 “노동개혁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는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는 비장한 결의로 배수의 진을 쳤다손 치더라도, 제 아무리 ‘외식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외식진흥 관련 예산증액이 전혀 반영하지 않음으로 인해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하더라도(식외경 905호 2015. 12. 4) 계속 그 문제에 매달릴 수 없는 노릇이다.

빠른 시일 내에 후유증 수습을 위한 대책수립을 서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업계와 학계에 팽배해 있는 극도의 패배감과 상실감의 극복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후유증의 장기화를 방치할 경우 자칫 극도의 불안감과 좌절감, 무력감 속에서 방황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 앞에서 한없이 작아짐을 느낀 나머지 자신의 사업과 속해있는 업계가 외식문화산업이 아닌 ‘먹는장사’로 비하, 조롱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외식업계는 지난 세월 상당기간 ‘먹는장사’ 라는 자조적이고 자학적인 타이틀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 아픈 기억이 있다. 

비록 외식업계 3대 현안의 실패로 위축된다 하더라도 외식문화산업 자체의 존재감과 잠재능력까지 과소평가하거나 비하하는 일은 삼가야 옳다. 앞 우스갯소리의 그 사내는 자신이 타고 있는 버스를 비하하지 않았어야 했다. 딱히 필요했다면 ‘꽃차’라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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