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콘셉트를 말하다
밥, 콘셉트를 말하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1.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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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세계 모든 나라의 음식에는 국이 빠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스프라고 하는 태국의 똠양꿍이나 중국의 샥스핀과 같이 단순히 국의 차원을 넘어 명품 요리와도 같은 대접을 받는 국들도 있다.

한파가 닥친 올 겨울처럼 유난히 추운 요즘에는 특히나 국물요리가 간절해지는데 이를 부추기듯 각종 TV 프로그램에서는 연일 국물요리 소개에 여념이 없다.

큼지막한 무쇠 가마솥에서 펄펄 끓여내는 소 한 마리 곰탕도 있고 얼큰한 소고기 국밥도 빠지지 않는다. 술 마시고 해장에 좋다는 뜨끈한 콩나물국밥에 푸짐한 순대국밥까지 아무리 추운 날씨도 국밥 한 그릇이라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듯싶다.

우리나라에는 국물요리가 참 많고 오래 전부터 발달했다.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우리나라처럼 국물요리 자체가 주식이 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간편하게 먹는 용도로 곡물이나 국수를 넣은 스프들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국밥처럼 한 끼 식사로 제공되는 메인 요리로서의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설렁탕 한 그릇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설마 저 한 그릇이 일인분일까?’ 그래서 결국은 설렁탕 한 뚝배기를 가지고 서너 명이 나눠 먹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던 외국인들도 점점 국밥의 매력에 빠지다보면 한 뚝배기 깨끗하게 비우고는 속이 든든하다는 소리까지 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국밥이 발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속설이 있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그 하나는 먹을거리가 풍부하지 못했던 아픈 역사적 산물이라는 견해다. 재료는 부족한데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물을 많이 부어 푹 끓여서 양을 많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나라 정서의 대표격인 ‘빨리 빨리’의 영향 때문이라는 견해다. 일하기 바쁜 판국에 언제 밥에 국에 반찬에 다 차려서 먹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한상차려 먹다보면 해 저물어 일 못한다는 성화에 국에 말아 후다닥 한 끼니 해결하고 곧장 일터로 나가던 버릇이 국밥을 발달시켰다는 해석이다.

마지막으로는 ‘식약동원’이라는 사상에서 엿볼 수 있는 식품영양학적 관점이다. 정성들여 탕약을 달여 내는 것은 한약재의 고유한 성분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이다.

이와 같이 식재료가 갖고 있는 풍미와 약효를 충분히 끌어내고 거기에 식감까지 향상시키기 위한 과학적인 조리방법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양식에 대한 관심 역시 남다른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식약동원의 사상을 반영한 국밥이 발달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밥에 대한 예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하는 나트륨 권장량보다 많이 섭취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물 음식이 경계 대상 1호이기도 하다. 가급적 국물을 먹지 말라는 뉴스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있지만 정작 그 시원한 국물을 들이키려는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기는 어렵다.

사골 국물에는 칼슘보다 지방이 많아 먹으면 유해하다는 소리에 설렁탕도 맘 편하게 먹지 못하겠고, 펄펄 끓는 뚝배기에서 채 식지도 않은 국물을 들이키면 식도염을 유발시키고 위장에도 좋지 않다는 소리에 그 시원함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모든 음식들마다 양면성을 갖기 마련인데 국밥도 예외는 아니다.

완벽한 식사로서의 국밥이 되기 위해서는 국밥 고유의 콘셉트를 잘 살려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밥이 발달하게 된 배경을 잘 이해하면 콘셉트를 성공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 국밥은 많은 사람들이 나눠 먹을 수 있게 만들었던 것처럼 대중적인 음식이며 그래서 큰 솥을 걸어 놓고 많은 양을 끓여내야 더 맛이 좋다. 깊은 국물 맛과 함께 서민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또한 국밥은 한국의 전통적인 패스트푸드다. 나름 빨리 먹고 가려는 소비자의 심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하는 것도 또 하나의 관건이다.

마지막으로는 식약동원 사상을 충족시킴으로서 국밥 본연의 품질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밥의 콘셉트를 이해하는 것은 소비자가 바라는 핵심 요구사항을 이해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사업주가 충족시켜야 하는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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