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균이 남양 제품에서 검출됐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남양에는 각 언론사 기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필자를 포함해서 많은 기자들이 남양으로부터 들은 대답은 “산양분유의 제조공법 중 가열처리방법이 다른 조제분유와 달라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 말에 따르면 산양분유는 남양 제품 뿐 아니라 타 회사 제품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다음날 산양분유 제품이 나오는 타 회사를 찾아가 남양 관계자의 답변을 말하고 입장을 들어봤다. 그의 첫 반응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산양분유나 일반 분유나 다 똑같은 라인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산양분유만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남양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남양만의 문제를 전체 분유업계의 문제로 확대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을 지적했다. 그 때 마침 그에게 타 언론사의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기자 역시 필자와 같은 의문을 갖고 같은 질문을 했고 그는 같은 대답을 했다. 통화를 끝낸 그는 “어차피 이런 일이 있으면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뻔하다”며 “함께 수습할 방법을 찾아야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분유산업은 대표적인 사양산업이다. 출산율은 급격히 줄고 있고, 모유 수유에 대한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분유는 설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분유업체들은 그나마 지금까지 판매량이 줄고 있는 것을 제품의 프리미엄화로 가격을 올려 매출 수준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 마저도 어려울 것이란 것이 대부분의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업계가 함께 힘을 모으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오히려 서로 반목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게 보인다.
특히 남양유업은 분유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다. 선두업체답게 업계를 리드하진 못할망정 업계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지금은 유아독존이 아닌 상생의 시대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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