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닉(ethnic) 푸드, 콘셉트를 말하다
에스닉(ethnic) 푸드, 콘셉트를 말하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5.1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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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어렸을 적 별식으로 먹곤 했던 음식 중에 카레라이스가 있다. 오므라이스는 노란색 달걀부침으로 덮인 볶음밥이라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었다면 낯설고 매콤한 향에 설익은 당근과 양파의 달착지근한 맛이 왠지 거북했던 카레라이스는 아이들에게 피하고 싶은 음식이었다.

예전처럼 한 솥 끓여 온 가족이 한 그릇씩 비벼먹던 카레라이스는 3분이면 완성되는 즉석식품으로 만들어져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더욱 즐겨 찾게 됐다. 그런 카레가 이젠 커리(curry)와는 사뭇 다른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먹던 카레는 사실 정통 인도식 커리가 아닌 일본식 카레인 셈이다. 우리는 그저 인도음식으로 알고 먹었던 카레가 이젠 완연하게 국적이 다른 음식이 된 것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일본에서 나름대로 변형시켜 만든 카레라는 음식은 단순히 인도의 민족적 음식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현지화 시킨 결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카레와 다르게 정통 인도식 커리 음식이 날로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이와 같이 다른 나라 민족 고유의 음식을 에스닉 푸드(ethnic food)라고 한다. 초기 제3세계 국가들의 음식들을 일컫던 것에서 이제는 정통성 있는 민족 고유의 음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초기 에스닉 푸드는 그 신기한 희소가치보다는 낯선 이방인과도 같은 거리감으로 인해 사랑을 받기가 어려웠다. 음식이라고 하는 문화적 특성을 감안할 때 단시일 내에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80년대 이후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니고 제3세계와의 정치, 경제적 교류가 늘어남에 따라 에스닉 푸드에 대한 수요도 점점 증가했고, 특히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한 정보의 확산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면서 문화적 이질감이 줄어들었다. 이제 도심지는 물론 변두리 지역에서도 정통 인도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인도음식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음식이나 일본음식 등 기존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음식에서도 나타난다. 우리에게 친숙한 중국음식도 점차 현지인들 혹은 중국교포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중국식 훠궈, 양꼬치, 딤섬 등의 요리 전문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음식하면 생선회와 초밥 등을 생각하던 예전과는 다르게 일본식 가정요리 전문점 등이 여기 저기 등장하고 있다.

보통 다른 지역의 음식문화가 전파되는 과정은 초기에는 현지인들의 입맛과 풍습에 맞도록 현지화된 퓨전형식으로 전달되고 차츰 문화적 교류가 진전되면서 본연의 맛과 방식을 찾는 정통 에스닉 푸드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정통을 고수하는 곳과 정통을 표방하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무리들이 형성되는데,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 지역별 향토음식에 대한 정통성과 비정통성의 차이와 유사하다.

향토음식과 에스닉 푸드는 정통성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동일하다. 에스닉 푸드가 제대로 인정받고 성공하기 위해서 크게 두 가지 콘셉트를 확고히 해야 한다. 우선 확실한 식재료의 확보와 사용이다. 정통 음식의 맛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 음식이 정통인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할 수 없다. 그래서 초기 에스닉 푸드 전문점들이 자리 잡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통의 맛을 알고 또한 그 편차도 심하지 않기에 정통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대충 만들어내는 에스닉 푸드 전문점은 손님의 발길이 끊기기 십상이다.

또 다른 콘셉트는 바로 서비스 방식이다. 같은 나라의 음식이라고 해도 지역마다 먹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돼지고기를 구워 소금에 찍어 먹기도 하고 멸치젓이나 쌈장과 함께 먹기도 하는 것처럼 고유의 방식은 매우 차별적인 사업 콘셉트가 된다. 글로벌 문화가 이미 안방에까지 들어와 있는 이 시대에 현지 입맛을 재현할 수 있는 재료의 확보와 현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서비스 방식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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