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폭풍 전야의 식품외식산업
태풍 폭풍 전야의 식품외식산업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7.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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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 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지금 식품외식업계는 마치 태풍 폭풍전야의 정적처럼 불안하다. 온통 축제 분위기로 가득 채워야 할 식품외식경제 창간 20주년 특집호(제934호 2016. 7. 11)마저 ‘메르스, 세월호보다 큰 악재 온다’(제1면) 라던가 ‘암초 가득한 2016 하반기 외식업계…예견되는 위기’(제9면) 등 암울한 제목으로 머리기사를 가득 채울 정도다.

눈앞에 다가온 2017년 최저임금 인상과 9월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시행, 그리고 1999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어렵다는 장기불황의 구조화 등 3중고 탓이라지만 그 세 가지 모두 폭풍이나 태풍급이니 그 전야의 정적이 더욱 불안한 게 아닐는지.

청소년 시절까지만 해도 나는 삼국지 적벽대전의 제갈량 ‘동남풍’은 폭풍이나 태풍급인 줄 알았다. 절대 강적 조조의 수군선단을 무너뜨린 화공전술의 성공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갈량은 ‘조조를 깨뜨리려면/ 화공전술을 써야 하리/ 모든 준비가 다 되었지만/ 동풍이 모자라네’를 읊으며 동남풍이 부는 시간을 주유(유비 동맹군 손권의 해군사령관)에게 알려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이동진 평역, 삼국지 개정판, 2006. 해누리)  

그러나 대학시절 삼국지 완역본을 다시 읽어 보니 적벽대전 당시의 ‘동남풍’은 그처럼 엄청 큰 바람은 아니었다. 현대 풍력학의 뿌리인 보퍼트 바람등급으로 11등급인 왕바람(폭풍, violent storm)과 최상위급인 12등급 싹쓸바람(태풍,hurricane)은커녕 그 한참 아래 등급인 7등급 센 바람(near gale)이나 8등급 큰 바람(gale) 정도였으리라. 당시 공격선은 조조군이 보기에도 군량을 싣지 않은데다가 가볍게 떠 있다가 미끄러지듯 운항하는 모습이었고 실제 전투상황에서는 조조의 수군 진영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았다는 게 그 근거다.

태풍, 폭풍 또는 그 비슷한 등급의 바람만 무서운 게 아니다. 아래 급이라도 바람이라면 다 무섭다. 보퍼트 등급 3등급 산들바람이나 4등급 건들바람, 심지어는 1등급 실바람이나 2등급 날실바람 등 미풍(微風) 급을 우습게 봤다가 독감 걸려 고생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바람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는 보퍼트 바람등급의 바람이 아니더라도 바람 ‘風’자가 섞여 있는 말들이 모두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름다운 풍속을 뜻하는 ‘미풍’ 마저 고약하기로 말하면 태풍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놈의 비위를 거슬렀다가는 옥살이에 인생 금 가기 예사다. 운이 좋아 옥살이를 면한다 하더라도 개망신은 기본이다. 마약, 상습 도박, 성 범죄 등 그 예는 수없이 많다.

지나치게 과장하는 그래서 믿음성이 적은 말이나 행동을 가리키는 ‘허풍(虛風)’의 위력도 만만찮다. 그 놈에게 속절없이 말려들어 돈과 건강을 잃고, 인생 버린 사람이 어디 한둘이던가?

변죽 울릴 ‘諷’에 찌를 ‘刺’를 붙여서 만든 풍자(諷刺)의 뜻은 칼날보다 더 섬뜩하고 무섭다. 풍자만화 한 커트에 정치인 주가가 오르락내리락, 정치생명이 왔다갔다가 다반사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오늘날 바람은 그 사전적 의미보다 어떤 사회적 쏠림 현상을 나타내는 은유적인 말로 더 자주 쓰이고 있는 듯하다. 동남풍이나 편서풍, 또는 계절풍이나 해륙풍, 산곡풍처럼 초등학교 때 달달 외웠던 ‘바람’은 이제는 일기예보 방송이 아니면 들어볼 수 없을 만큼 쓰임새가 줄었다. 대신 ‘막말바람’ ‘과외 바람’ ‘유학바람’ 등 쏠림 현상을 나타내는 말의 쓰임새는 자꾸만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그 뜻도 많이 바뀌었다. 어떤 의도적인 작업이나 공작, 그래서 뭔가 부정적이고도 음험한 이미지의 덧씌우기 용으로 자주 쓰이고 있다. 한 때 정치판을 뜨겁게 달궜던 북풍, 세풍, 병풍에다가 창풍, 노풍 등이 그 예다.

가령 ‘8조5천억 원 손실 소비절벽 <김영란 법>’과 ‘1% 오르면 일자리 2만개 줄고 1만 원 인상하면 업계 공멸’이라는 <최저임금 인상>(식외경 2016. 7. 11)이 구체적으로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예측불허다. 제갈량의 ‘동남풍’을 슬쩍 떠올려 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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