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포지셔닝(positioning)
'맛' 포지셔닝(positioning)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2.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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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최근 몇 년간 맛있는 외식을 한 기억이 없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벌써부터 입맛이 없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외식하고 나서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도무지 생기지 않는다. 인터넷이나 방송을 보면 온통 맛집 일색인데도 그럴수록 더 맛있는 외식은 멀어져가는 것만 같아 당혹스럽기조차 하다.

‘맛’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이제는 ‘맛’에 대한 개념이 세분화돼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점점 고도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만 가고, 소비자들의 욕구도 실로 다양해졌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사람들의 식생활 형태와 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 소위 ‘혼밥, 혼술’이라는 음식문화는 산업사회가 가져온 당연한 모습으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외식사업에 종사자들은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만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느 집은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고 어느 집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그 ‘맛’의 비밀을 알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외식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 법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그 ‘맛’에는 어떤 의미들이 숨어있는지 맛의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맛의 의미를 ‘음식의 기능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그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고 그 해석에 따라 포지셔닝 전략을 세워보는 것도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이 될 수 있다.

음식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살기 위해 먹는다는 차원에서 생태적인 기능이 있다. 생명 연장을 위해 필수적인 영양소의 섭취 혹은 치료와 회복 등을 위한 약리적인 기능이 이에 속하는데 이것처럼 맛의 기능 역시 관능적인 차원에서 구분할 수 있다. 미각이라고 하는 것으로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나 감칠맛 그리고 매운맛과 같은 통각에 질감에 의한 씹는 맛까지 사람들의 감각에 의해 느껴지는 맛을 의미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의미는 이처럼 일차원적인 관능적인 맛에 의해 결정되고 기억된다. 이런 맛이 강조되기 위해서는 우선 식재료의 상태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은 조리과정에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즉 관능적인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식재료와 조리과정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음식의 기능은 사회적 요소가 있는데 이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생성된 기능이기도 하다. 최근처럼 혼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는 것은 음식의 사회적 기능이 결여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음식을 나누고 같이 모여 먹는 맛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고유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어떻게 보면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고유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변변치 않는 음식이라고 해도 여럿이 둘러앉아 같이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되는 것을 우리는 많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점점 산업화가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서 혼자 먹으려는 성향에 반해 같이 먹도록 유도하겠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무리일 수밖에 없다.

가끔 서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전통시장에서 함께 먹는 맛을 아직도 경험하게 되는데 Bar 형태로 되어 있는 시설 특성상 같이 둘러앉아 먹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주인 할머니의 입담이 그 맛을 한층 더 진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개인화 정서가 발달해 혼자 먹는 문화가 정착했지만 동네마다 있는 작은 식당에서는 포장마차와 같이 각자 온 손님들이 둘러앉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먹는 맛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개인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요즘 자연스럽게 시설을 배치해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는 것은 경쟁력 있는 포지셔닝 전략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음식의 심리적 기능을 보면 사람들이 음식을 단순히 혀로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배고픔을 해소하거나 영양섭취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기분이나 심리상태에 의해 특정한 맛을 추구하며 그에 대한 충족이 매우 중요하다. 음식 자체의 맛보다 소비자 편의성에 의해 찾게 되는 맛으로 패스트푸드를 들 수 있다.

이렇듯이 소비자가 어떤 ‘맛’을 원하고 있는지 세분화해 그에 최적화된 맛을 포지셔닝하는 것이 외식마케팅의 근본적인 접근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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