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오욕, 그리고 눈물을 막아줄 지혜와 용기
수치, 오욕, 그리고 눈물을 막아줄 지혜와 용기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2.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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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 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2년 전 필자는 본란을 통해 그해 11~12월의 식외경 기사를 근거로 ‘과도한 대출과 외식업 불황이 한국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깊은 우려와 함께 소규모 자영업소를 위한 멘토링 제도의 도입검토를 제안한 적이 있다.(식외경 2014.12.15.)

그런데 최근 어느 신문 사설이 전하는 가계부채 증가 소식은 2년 전보다 훨씬 심각해서 걱정이다. ‘지난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액이 141조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어제 한국은행이 밝혔다.

2015년 말 1203조1천억 원에서 1년 만에 11.7% 급증해 가계부채 잔액도 사상 처음 1300조 원을 넘어선 1344조 원이다. 특히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는 대출금리가 높고 저신용자들이 많은 제2금융권에서 주도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1300조 원의 가계부채는 ‘집값은 오르기 마련’이라는 한국적 상황에서 경기를 띄우기 위해 부동산 부양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정부 탓이 크다’(동아일보 사설 2017.2.22.)

한국은행 발표내용은 가계대출부문이지만 마치 소규모 자영 외식업소를 콕 찍어 이야기하는 듯해서 섬뜩했다. 그 뉴스가 유난히 어둡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집값은 오르기 마련’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의 폭풍성장시대의 불패신화로 꼽혔지만 지금은 금기어의 하나로 전락한 ‘먹는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외식업은 ‘먹는 장사’, ‘세금 잘 안내는 현금장사꾼’으로 찍히며 일정규모 이상의 음식점에 대한 여신금지라는 금융차별정책 등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먹는장사 불패신화의 주인공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에 다들 힘들다는 푸념과 내 코가 석자라는 탄식소리가 드높다.

그 와중에서 외식업계가 그나마 버텨갈 수 있는 건 업주 상호간의 깊은 신뢰와 끈끈한 동지애 덕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12월 8일 저녁 잠실 롯데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던 송년모임에서 만났던 수백 명 외식인들 가운데에는 초면인 분들도 적지 않았지만 낯설거나 어색한 표정을 짓는 이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그냥 한 가족이요 친구요 동지일 뿐이었다. 업계 초기 개척자들의 아름다운 유산인 동시에 오랜 세월에 걸쳐 찬밥 나눠 먹으며 다져진 동반자 관계의 재확인인 것이다. 적어도 그 곳에는 불황, 위기 따위의 그늘은 터럭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외식업의 어려움과 가계부채의 증가로 인한 경제위기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그 중심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놓고 벌이는 여야 정파, 보수와 진보간의 진영논리, 시민사회의 맹목, 맹신적인 대두리 싸움판이 버티고 있으니 답답하다.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을 대선 승리에 두고 차기 정권은 반드시 자기 쪽에서 쟁취해야 하고 상대는 절대 안 된다는 ‘맹신’과 그를 덮어놓고 따르는 지지자들의 ‘맹종’이 벌이는 싸움이기에 해결이 더욱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국민들은 불안하기도 하거니와 불쌍하기도 하다. 맹신으로 찌든 외눈박이 리더들과 맹종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구체적 실존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딱하고 답답한 현실이 품위 있는 국민의 자존심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외식업의 위기와 맞물린 소규모 자영 외식업의 몰락과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가 한국금융위기의 시한폭탄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요즘, 그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 위한 국민 모두의 지혜와 용기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

‘집값은 오르기 마련’이며 ‘먹는장사 망하지 않는다’는 불패신화에 휘둘려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언제든지 대한민국의 ‘수치’나 ‘오욕’, 끝내는 ‘눈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엄혹한 현실에서 우리는 섬뜩한 위기의식과 함께 보다 진지하고 겸허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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