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 지속성장의 길, 생산보다 삶의 측면서 봐야
식품산업 지속성장의 길, 생산보다 삶의 측면서 봐야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5.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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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 회장

나는 식품산업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식품업이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식품서비스업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식품산업은 단순하게 산업 하나로 쉽게 정의 될 수 없는 복합성이 있기 때문이다. 타 산업과 달리 먹고 느끼고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힘을 얻고 맛과 문화, 예절이 걸쳐 있다.

또 농업생산과 소비, 관광과 삶의 질·행복과도 직결돼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업이란 단어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식품산업이란 말을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다.

굳이 용어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이유는 식품업을 식품산업으로 말하면 너무 2차 산업적인 측면으로만 빠져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조했듯이 다른 산업에 비해 식품산업은 공장생산만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 없는 생산만 추구하다가 망한 식품기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 없는 제품개발, 판매 없는 연구개발로 식품산업 발전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

생산을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생산이나 제품개발이 맛이나 문화 등 소비측면의 연구나 경제를 뒷걸음치게 해서는 안 된다. 식품산업은 생산보다 소비가 주가 되는 산업이다. 앞으로 식품산업의 발전은 생산이 아니라 전통·외식·관광·문화 등 소비에 달려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선진국의 경제 성장은 생산·산업 경제만으로 고도성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더욱이 농식품업은 생산경제로만 성장을 이끌 수 없다. 정부는 기업에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대박’ 나게 하는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정부의 식품산업 정책이 기존 생산정책에서 지속성장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배고픈 시대 즉 산업화 시대에는 식품생산이 주요 칼로리 공급원이었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식품이 필요했고 공급 부족이 항상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식품 개발은 필요했고 먼저 생산해 공급하면 큰돈을 벌었다. 그 시대에는 개발과 생산이 식품산업의 견인차였다.

그러나 지금은 식품이 배고픔 해결보다 맛있고 즐기고 건강을 좇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지난 수십 년간 수천 개의 가공식품이 개발됐다. 그러나 개발된 수천 개 제품 중 시장에서 꾸준히 정말 지속적으로 팔리는 제품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칼로리가 부족한 시기엔 칼로리를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식품의 생산은 우리 시장에서 유용했다.

그러나 소비자는 맛을 뛰어 넘어 건강을 추구하는 시대에 도달했는데 단순한 제품 개발과 생산으로만 소비자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그럼에도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에 묶여서 제품 개발만 했다. 제품을 소비자에게 꾸준히 선택받게 할 연구를 소홀히 한 것이다.

마케팅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맛과 문화, 건강, 안전 등 마케팅 콘텐츠의 문제이고 콘텐츠의 창출 문제이다. 이를 R&S(research and service)라 한다. 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나타난 당연한 결과이다.

지금 한국 식품 시장에서는 제품 개발에 의한 블록버스터는 없다. 요즘 과학적으로도 이유가 설명되지만 식성은 보수적이어서 잘 바뀌지 않는다. 해외 출장길에 며칠도 못가서 한식을 찾거나 외국에서 수십 년 살아도 김치를 버리지 못한다. 이러한 식품의 특성 때문에 배고픔을 벗어난 우리나라가 새로운 식품을 개발해 시장에서 떼돈을 벌겠다는 패러다임으로 제품만을 개발하는 전략은 맞지 않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수천 년 된 농경역사의 틀 위에 있기 때문에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고 다양한 건강식품을 갖고 있다. 이 전통적인 지식위에서 전통적인 가치를 살리는 일이 앞으로 경쟁력이 훨씬 있다.

수십 년 동안 큰돈을 벌겠다고 제품개발에 집착했다가 실패한 기업이나, 일부 성공했다 하더라도 꾸준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실패한 기업들의 화두는 지속성장이다. 제품개발이나 생산기술 혹은 마케팅 기술의 문제도 아니다. 제품의 가치와 소비자의 소통과 신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품의 가치창출이나 가치 제고에 대해 투자를 한 적이 없다. 

식품을 산업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 맛과 문화, 건강과 행복 등 삶의 측면에서 봐야 우리 식품업이 지속성장을 이끌어 국민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다. 블록버스터 신기루를 그만 쫓아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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