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밥을 먹는 행위에 담긴 의미
함께 밥을 먹는 행위에 담긴 의미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7.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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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환 음식칼럼니스트·경북대학교 겸임교수

정겨운 사람과 오랜만에 만나면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건넨다. 음식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같이 음식을 먹는 행위는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상대와 동일시하는 일체감을 갖게 한다. 음식을 나누다 보면 서로의 속내도 털어놓고 기쁨과 슬픔까지 공유하게 된다.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는 것은 끼니를 때운다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찬 효과(Luncheon effect)는 실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섭취하는 포도당, 단백질 등 영양소의 자극으로 상대에 대한 호감이 생기고 긍정적인 반응을 유발하게 되는 효과다. 음식은 인간간계를 맺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음식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더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심지어 자기의 주장을 굽히는 태도도 보인다.

식사를 한 번이라도 같이 했으면 서로 아는 사이가 되지만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도 식사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하면 진정하게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모든 면에서 적대감은 줄어들고 긍정적인 감정이 유발된다.

상대와의 의사소통에서 7%는 대화의 내용을 통해 이루어지고 38%는 음조나 억양 등의 말투에서 전해진다. 55%는 표정, 자세 등 시각적 요소에 의해 상대에게 전해진다. 식사를 함께하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다. 식사할 때는 다양한 내면의 감정이 몸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자신의 의사도 상대방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최종 면접시험은 파트너 임원급과의 오찬 면접으로 진행한다. 90분에 걸친 오찬 동안에 입사 희망자의 테이블매너 그리고 1차 서류 때 제출한 기재된 사항의 진실성 여부, 2차 필기시험 때 에세이에서 주장한 내용의 역량 수준을 재검증하고 심지어는 식사 때의 자세가 올바른지 등을 토대로 인성과 사회성, 사교성, 위기대처능력 등 40여 항목을 테스트한 후 입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을 때 “언제 식사나 같이 하시죠”라는 말은 친밀감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맛있는 음식으로 생기는 기분 좋은 감정이 함께 자리하는 사람에게 파급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함께하는 식사시간은 그냥 밥만 먹는 것이 아니고 즐거움을 함께 하는 시간이다. 같이 먹는 음식이 맛있으면 같이 먹는 사람에 대한 기억까지 더 좋게 오래 남는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대표의 성공 비결은 매일 다른 사람과 점심을 먹으며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한다. 회사동료나 식구 같은 사회적 근친보다 인간적 관계가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더 좋은 사회적 간접자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와 식사를 같이 했는지가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음식은 무엇을 먹는가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사람과 먹는 음식은 반찬 하나에 밥 한 그릇이라도 진수성찬이다. 하지만 싫은 사람과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고 난 후에 편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늘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은 따로 정해지기도 한다.

삼시세끼 중에 점심이 가장 사회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 강하다. 저녁식사는 대개가 자기와 각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점심은 별로 친하지 않아도 함께 먹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우리의 일생에 어느 시기에 누구와 주로 점심을 먹었는가에 따라 인생의 비즈니스 도표는 달라진다. 점심이 차별화되는 이유는 개개인의 일과에 따라 아침과 저녁식사 시간대는 차이가 있지만 점심은 거의 12시에서 오후 1시까지 고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침·저녁은 밥, 식사라는 단어가 연결되는 시간을 의미하지만 점심(點心)은 낮에 끼니로 먹는 식사라는 의미의 독립된 단어다.

식구(食口)라는 뜻은 한집에서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을 말한다. 가족 혹은 같은 공동체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같이 밥을 먹는 행위는 가족, 친구, 연인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경쟁자도 동반자로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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