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생각나는 음식에 대한 비과학적인 근거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음식에 대한 비과학적인 근거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7.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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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 회장

올봄 극심한 가뭄으로 농업에 타격이 심했다. 일부 지역은 식수 등 생활용수 부족 걱정까지 갔지만 최근 마침 장대비가 오는 장마철이 됐다. 이렇게 비가 오면 즐겨 찾는 음식이 있다. 부추전이나 파전, 수제비나 칼국수 등이다.

그런데 비 오는 날에 생각나는 음식에 대한 역사와 배경도 지극히 비과학적으로 왜곡돼 있다. 필자는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음식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너무나 많은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왔다.

이밖에 식품의 본질도 모르는 일부 몇몇 인문학자들이 우리 식문화와 역사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비 오는 날에 파전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기술한 것을 한번 보자.

‘파전은 비 오는 날이면 더욱 간절해지는 이유로 기름을 두른 팬에 부침반죽을 넣고 익힐 때 나는 기름튀기는 소리가 빗줄기가 땅바닥이나 창문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해 자연스럽게 비가 부침개를 연상시킨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고 적고 있다. 더군다나 친절하게 과학을 들먹이면서 빗줄기 주파수가 프라이팬에서 기름튀기는 주파수와 일치한다는 증거까지 내밀기도 한다.

우리 음식에 대해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미적으로 표현하고 또한 시를 짓든 소설을 쓰던 미학적으로 승화하는 것은 상관없다. 그러나 음식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어설픈 과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도 않다.

첫 번째 파전이나 부추전은 튀김음식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기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튀김음식이 발달하지 않았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조금 넣어 열전달을 극대화해 맛있게 지지는 음식이나 부쳐 먹는 음식이 발달했지 튀김음식은 발달하지 않았다. 우리가 부침개를 즐겨 먹던 시기에는 장소가 대부분 초가집이고 흙 마당이어서 흔히 창문이나 땅에 비듣는 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옛날에는 프라이팬과 같은 팬은 없었고 솥뚜껑을 엎어서 전을 부쳐 먹었다. 기름에 튀기는 소리, 프라이팬, 더군다나 주파수 운운하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은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우리나라 식품 역사는 낭만의 역사가 아니라 삶의 역사이다.

그러면 왜 우리는 비 오는 날이면 파전이나 부추전, 수제비나 칼국수가 생각나고 즐겨 먹었을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농경의 역사는 산이나 들에 나가 농사를 짓거나 수렵하는 역사다.

따라서 일할 때에는 날씨가 중요했다. 비가 오지 않아야 밭이나 논에 나가 일할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오거나 하루 종일 비가 오면 들에 나가 일할 수가 없었다.

농사철에 갑자기 비가 오고 밖에서 일을 못하게 되면 동네 정자(亭子)나 어느 집으로 마실가서 삼삼오오 서로 모여 노닥거리다가 출출해지면 바로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 수제비나 칼국수, 파전이나 부추전 등 부침개이다. 바로 집안 뜰에서 파나 부추는 바로 뜯어다가 있는 밀가루에 부쳐먹으면 된다. 밀가루가 없으면 밀을 바로 갈아서 밀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

그러다가 우리나라가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이렇게 농경역사를 경험한 세대들이 도회지로 많이 나가게 되고 도회지로 나간 사람들이 비가 오면 생각나는 것이 어머니가 해주셔서 맛있게 먹었던 파전이나 부추전, 수제비나 손칼국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진실은 이것이다. 맛과 정, 고향, 어머니, 얼마나 시를 쓰고 싶고 소설로 미화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우리 식품에서 역사적 진실과 시와 소설은 구분돼야 한다.

앞으로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많은 식품에 관한 정보를 적어도 무조건 받아들이고 따르는 풍토보다는 누군가는 이들 정보를 검증하고 또한 상호 많은 토론을 거쳐서 논의하고 통합해 진위를 가려내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화 시대일수록 잘못된 정보에 의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앞으로는 이러한 잘못된 정보를 정확히 가려주는 것이 불특정 다수가 회복 불능의 피해를 보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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