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치인 ‘농식품부’… 장관 공석 3개월째
선거에 치인 ‘농식품부’… 장관 공석 3개월째
  • 윤선용 기자
  • 승인 2018.06.08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와대가 지방선거 승리 위해 농정공백 방치한 셈”
▲ 사진은 지난 3월 14일 전남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장관직에서 물러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식품부를 나서며 직원들과 취재기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모습.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공석 사태가 3개월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3월 15일 김영록 당시 농식품부 장관이 전남도지사 출마를 이유로 사퇴한 이후 지금까지 후임 장관을 인선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농식품 정책을 책임지고 진두지휘할 수장의 오랜 공백은 결국 농식품 정책의 부재를 의미한다.

3개월씩이나 장관을 인선하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장관 사퇴 시 나돌았던 ‘후임 농식품부 장관으로 이개호 의원이 유력하다’는 설이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김영록 장관 퇴임 전부터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남도지사 출마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소야대 정국을 우려한 나머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들의  지방선거 차출 자제령이 내려졌고, 결국 이 의원은 전남도지사 출마를 포기했다. 그리고 이 의원을 대신해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을 차출해 전남도지사에 출마토록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영록 장관이 취임 8개월 만에 갑자기 사퇴한 배경이다. 전남도지사 출마를 준비하던 이개호 의원에게 농식품부 장관 자리를 약속했다는 것이 당시 농식품부는 물론이고 관련업계에서는 정설로 통했다.(본지 2018년 3월 26일자 1면 참조)

실제로 6.13 지방선거 이후 이 의원이 장관에 임명된다면 청와대가 정치적인 논리로 농정공백을 방치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농축수산업과 식품외식산업을 얼마나 경시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차관이 대행체제를 하면서 매일 아침 AI 관련 회의를 하는 등 노력 중이지만 부처간 업무 조정 등에 한계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업단체들도 농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등 농정라인의 조속한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장관 인선은 결국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정훈 전 청와대 농업비서관과 이재수 전 농수산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청와대 농정라인에 공백이 생겼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결국 정치적인 이유가 고려된 판단이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전에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가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이는 장관 후보자는 물론 전남도지사로 출마한 김영록 전 장관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 3사의 여론조사 결과 김영록 후보는 53.7%로 한 자리 수 지지율에 머문 상대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농정공백을 야기한 책임 추궁에는 곤혹스런 모습이다.

민중당 이성수 전남도지사 후보는 “마늘, 양파 등의 생산량 예측이 완전히 빗나가 통계청과 농식품부의 예측치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며 “이를 책임질 농식품부 장관이 무책임하게 자리를 버리고 출세의 길로 갔다”고 비판했다. 

장정숙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농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모두 출마를 위해 사퇴한 뒤 두 달이 넘도록 공석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내부에서는 정책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실제로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빠른 새 장관 임명만이 조직이 안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이낙연 총리는 최근 유럽 순방 중 “6·13 지방선거 뒤 이뤄질 ‘부분 개각’을 위해 청와대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혀 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농정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장 유력하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광주·전남에서 유일한 민주당 현역 의원이자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내 농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특히 이 의원이 6.13 지방선거에 전남도지사 출마 계획을 공식화 한 가운데 당 차원의 만류가 있었고, 전남도시사 선거에 돌연 김영록 전 장관이 출마하면서 이른바 ‘자리 맞바꾸기’를 했다는 말이 많았다. 이미 이 시점에 차기 농식품부 장관은 이개호 의원으로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반면 장관 부재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 등의 굵직한 현안을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현수 차관을 비롯해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전 농식품부 기조실장) 등 ‘제 식구’ 쪽을 농식품부는 기대하고 있다.

윤선용 기자  |  bluesman@foodbank.co.kr
윤선용 기자
윤선용 기자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