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줄이기 식품외식업계 발목잡나
일회용품 줄이기 식품외식업계 발목잡나
  • 윤선용 기자
  • 승인 2018.06.25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플라스틱 배출량을 50% 줄이고 재활용률을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제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 수거, 재활용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전 세계적인 재활용 폐기물 줄이기 추세를 고려하면 취지는 공감하지만 당장 식품외식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금리인상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외식업계에 또 다른 숙제가 되지 않을지 현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식품외식경제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일회용품 줄이기가 불러올 식품외식업계의 변화’에 대해 환경부를 비롯해 모니터링을 진행할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주요 식품외식기업 관계자 및 관련 전문가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 다가오는 환경 변화와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본다.   <편집자 주>

 

‘일회용품과 전쟁’ 세계적 추세
환경부가 밝힌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커피 전문점 등에서 일회용컵 사용 제한이 강화되고 테이크아웃 컵 회수를 위한 컵보증금제도가 도입된다.

슈퍼마켓과 제과점 등에선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못한다. 택배·전자제품 등의 포장 기준을 신설하고, 과대포장 검사를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 2020년까지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한다.

이외에도 생산자가 낸 환경부담금을 재활용업체에 지원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이하 EPR)’도 확대된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1월 중국 정부가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발생된 이른바 ‘재활용 대란’ 이전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실제로 전 세계 각국에서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케냐, 비닐봉투 사용 시 최고 4년 형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이하 EC)는 오는 2021년까지 빨대, 면봉 등 주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규제 방안을 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나이프·포크 등은 2021년까지 사용이 완전히 금지된다.

제조업자는 플라스틱 대체재를 사용해 이들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테이크아웃에 사용되는 음식 포장용기와 음료용기는 사용량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또 기존 플라스틱 제품 생산업체에는 비용 부담 및 부정적인 영향을 담은 라벨을 부착토록 하는 반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덴마크는 1993년 세계 최초로 종이·비닐봉투에 세금을 도입했으며, 아일랜드는 2002년 ‘봉투세’를 통해 사용량을 90%나 줄였다. 유엔환경기구(UNEP) 본부가 있고 생태관광 수입에 의존하는 케냐는 지난해 8월 비닐봉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비닐봉투를 만들고, 팔고, 쓰는 행위를 모두 금하는 파격적인 시도다. 어기면 3만8천 달러의 벌금 또는 최고 4년형을 살게 된다.

10명 중 7명이 외식에 의존한다는 대만 타이베이시는 지난 2015년 ‘일회성·멜라민용기 사용금지 실행지침’을 내놓고 초·중·고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대만 정부는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제품 유료판매, 2030년 전면 금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식 개최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1회용품 줄이기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여섯번째)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이 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환경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식 개최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1회용품 줄이기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여섯번째)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이 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커피·패스트푸드 자율협약 시행
국내 외식업계는 환경부 주도로 지난달 진행된 ‘일회용품 줄이기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한 자발적 협약’이 발등의 불이다. 일방적으로 진행된 협약의 부당함은 차지하고 당장 협약 이행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다.

협약에 따르면 16개 커피전문점, 5개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매장 내 머그컵 등 다회용컵 우선 제공 및 10% 수준의 가격할인 제공, 전문 재활용업체를 통한 회수·재활용 의무 이행, 플라스틱컵 재질 단일화 및 유색 종이컵 사용 억제 등을 실행해 나가기로 했다. 또 협약 이행 담보를 위해 환경부와 자원순환사회연대는 각 매장별로 이행 실태를 정기·수시 점검키로 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불만,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가맹점주는 “가격할인에 대한 비용 부담은 물론 다회용컵 추가 구매, 컵 분실 및 파손 등 각종 비용과 부담은 가맹점주의 몫”이라며 “생색은 본사가 다 내고 부담은 가맹점주에게 전가하는 식”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유명 커피전문점 점장 A씨는 “머그컵 사용을 권유해도 마시다 들고 나갈 때 불편하다며 거부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200~3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으려고 번거롭게 텀블러를 휴대하고 다닐 고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맹본부 입장에서도 어려움은 있다. 스타벅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커피전문점들은 가맹점 위주의 사업을 하고 있어 점주와의 소통에 애로가 많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회용컵 재고가 많은 가맹점의 경우 우선 소진하려다보니 매장 내부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며 “가맹점에 지속적으로 지침 사항을 전달하고 있지만 서비스업 특성상 실제 고객 접점에서 이를 100% 시행하기는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민간에 책임 떠넘겨선 안 돼”
이외에 식품업계도 2020년까지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하는 등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생산 단계부터 단계적으로 퇴출한다.

또 유통과정에서 비닐·스티로폼 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과대포장 관리를 강화하고, 택배 등에 대한 포장기준도 신설한다.

대형마트·대형슈퍼에서는 1회용 비닐봉투 대신 종이박스, 재사용 종량제봉투 등만 사용토록 하고, 매장 내 속비닐 사용량도 50% 감축할 계획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유럽 등 다른 국가의 재활용 관련 제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활용 책임을 나눠서 지는데 우리는 유독 생산자에게 책임을 떠안기는 구조”라며 “환경부가 2022년까지 500억 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재원을 마련한다지만 결국 단기 대응 방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는 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에 공감하면서도 이번 정책의 내용에 중요한 부분은 빠졌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는 “폐기물 재활용 연구개발(R&D), 재활용체계 효율화, 자원재활용법 개정 등 중요한 정부 역할이 빠져있다”며 “기존의 일회용품 사용 제한 관련 정책이 실효성을 내지 못한 건 이를 지속할 지자체 역량 강화 등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선용 기자  |  bluesman@foodbank.co.kr
윤선용 기자
윤선용 기자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