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단속 예정일에 기준 정하자는 환경부
[취재후기] 단속 예정일에 기준 정하자는 환경부
  • 윤선용 기자
  • 승인 2018.08.0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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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불만을 제기하는 건 본사나 매장의 준비 부족 아닌가요?" 지난 6월 창간특집기획 ‘일회용품줄이기’ 취재 중 만난 환경부 산하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업주들이 비용부담, 관리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는 말에 내놓은 대답이었다. 특히 자발적 협약에 본사가 참여한 건 매장의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지금에서야 매장이 어려워 추진하기 힘들다고 하는 건 변명내지는 준비부족이라는 지적이었다.

과연 그 협약이 얼마나 자발적이었는지 또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를 설득하고 고객들에게 이런 내용을 알리는데 얼마나 환경부와 관련단체가 힘을 보탰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지난 1일 일회용 컵 남용 단속을 하루 앞두고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환경부가 당초 시행일이던 이날 예고도 없이 단속을 하루 미루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회의를 열면서 카페와 패스트푸드 매장들이 혼란에 빠졌다.

환경부는 지난 5월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8월 1일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내 일회용 컵 사용을 단속하기로 했다. 사안에 따라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단속하기에 애매한 상황이 많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자 부랴부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며 지자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커피전문점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 업주는 “오늘부터 단속한다더니 이제야 기준을 만든다니 안 그래도 요즘 더워 죽겠는데 정말 열불나게 만든다”며 혀를 찼다.

현재 상당수 커피전문점은 금방 나간다며 일회용컵에 달라는 고객에게도 단속이 우려돼 머그컵에 받아달라고 부탁하고 나갈 때 다시 일회용컵에 옮겨 담아주고 있는 실정이다. 힘은 2배로 들고 일회용품도 그대로 소모되는데 고객도 불편하다고 짜증내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환경부는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단속은 지자체의 몫이라며 미뤄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부랴부랴 서두르고 있다.

전문 행정 관료와 단속 주체인 지자체 그리고 환경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시민단체도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반 강제적으로 맺은 협약이라도 약속은 지켜야한다며 노력하는 가맹본부와 생존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따르려는 업주들에게 뭐라고 이 상황을 설명할 것인가.

윤선용 기자  |  bluesman@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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