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숙 의원, “신뢰를 잃은 HACCP은 철저한 재점검”
“식품 관련 기업과 종사자의 인식변화와 실천이 중요”
이른바 ‘식중독 케이크’로 전국 학교에 2천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된 최근 식중독 대란이 계란 납품업체의 위생관리 부실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케이크를 제조한 업체는 물론 계란을 납품한 업체까지 모두 ‘HACCP(해썹·안전관리통합인증)’을 받았다는 점이 알려지며 정부의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살충제 계란’ 사태 당시에도 HACCP 인증을 받은 농장이 포함됐던 점을 들어 HACCP 제도 자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바른미래당) 의원은 식중독 케이크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받은 계란을 납품한 업체와 케이크 제조업체 모두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로 나타나는 등 정부의 HACCP 관리가 부실하다고 최근 밝혔다.
장 의원은 “HACCP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이 업체가 취급하는 닭이나 계란이 살모넬라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증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9월 전국 초·중·고교와 유치원 등 집단급식시설에서 2200여 명의 식중독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더블유원에프엔비가 제조하고 풀무원푸드머스가 유통한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이크’에서 식중독 원인균이 살모넬라균이 발견됐다. 보건당국은 살모넬라균이 어떻게 케이크와 난백액(달걀을 가공해 흰자만 분리한 것)에 유입됐는지 조사해 왔고 최근 계란 납품업체의 위생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계란을 납품한 업체는 국내 대형 계란유통업체로 HACCP 인증을 받은 곳이다. 이에 식중독 사태의 원인이 난백액의 살모넬라균이 감염된 닭으로 인한 것이라면 추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어 농림축산식품부가 나서 축산농가 문제까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HACCP 제도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정숙 의원이 밝힌 이번 식중독 사태와 관련된 생산·제조업체의 5년치 HACCP 평가표 분석 결과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장 의원에 따르면 “해당 업체들이 HACCP 평가에서 5년 연속 200점을 받아 만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식중독 사건 이후인 지난달 7일 재조사한 결과 156점으로 자격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점검 결과 ‘HACCP팀원의 HACCP 원칙, 절차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부족’, ‘살균난백액의 제조공정설명서 누락’, ‘살균난백액의 제조공정 위해분석 미실시’, ‘살균온도 자동기록계 고장’ 등 다양한 지적사항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26개 평가항목 중 13개 항목에서 지적사항이 나오는 등 HACCP의 관리와 감독 모두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장정숙 의원은 “HACCP이 식품안전 ‘최후의 보루’라는 말이 무색해 지고 있다”며 “신뢰를 잃은 HACCP제도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과 함께 위생·점검 문제로 적발된 업체는 단호히 퇴출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선 제도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제도를 지켜나가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HACCP은 식품 관련 기업들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결국 식품을 생산·유통·판매하는 기업과 종사자들의 인식변화와 이에 따른 실천이 없는 제도 개선은 허울뿐인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