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감에 백종원 대표가 출석할 이유 있었나
[사설] 국감에 백종원 대표가 출석할 이유 있었나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10.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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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에 열린 국정감사가 이슈가 되고 있다. 유명 외식사업가이자 방송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기 때문이다. 백종원 대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나가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이날 백종원 대표가 국감장에 나간 이유는 자영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최근 ‘골목상권’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영세자영업자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자영업자 문제에 대한 해법을 얻고자 참고인으로 불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국회의원들이 백 대표에게 질의한 질문 수준이나 노골적으로 자신의 지역구에도 와서 상권을 살려달라는 부탁 등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수준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외식업계 문제점 왜 개인 사업자 출석시켜 묻나
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내 외식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프랜차이즈 출점을 제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는 등 굳이 개인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질문해야 할 내용인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의 우문에 백종원 대표의 답변은 매우 명쾌하고 시원스러웠다. 특히 창업을 너무 쉽게 해서 폐업이 많다면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백 대표의 사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골목상권과 먹자상권을 혼동해 일어나는 오해라며 일설을 펼치는 등 마치 강의를 해주는 듯했다.

급기야 백 대표 개인이 많은 자선사업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것보다 사업을 더 크게 일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으로 참고인 조사를 마치는 의원도 있었다. 최근 정부가 영세자영업자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해 엄청난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점입가경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국회의원들이 이런 질문을 하려 했다면 개인 백종원이 아닌 자영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 외식업자들을 대표하는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협회 회장을 부르면 될 일이다. 또 프랜차이즈 관련 질의는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대표를 출석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나아가서 국회의원들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외식업계 혹은 프랜차이즈업계의 문제점을 좀 더 정확히 알고 싶다면 관련 세미나나 심포지엄을 열어 업계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면 될 일이다.

정부·기관 국감은 뒷전, 일반인 불러 닦달
국정감사는 3권분립(三權分立) 원칙에 따라 지난 1년간 정부 및 산하기관의 행정을 국회가 감시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사법부를 감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잘못된 점을 찾아내 질책하고 시정토록 해야 한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이번 정부 들어 새로 생긴 부처인 관계로 감사해야 할 내용도 녹록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백종원 대표를 국회로 불러 해묵은 질문과 답변을 들을 것이 아니라 관계부처와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에 더욱 집중하고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특히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가 경찰청과 기획재정부 등 16개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 ‘소상공인 연합회 소속단체 활동 및 운영 여부 확인 요청’ 공문을 통해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61개 단체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인 배경을 철저히 감사했어야 했다. 또 최근 소상공인 연합회의 지원금 감축과 일부 임원들의 수사 배경에 대해서도 질의하고 견제했어야 했다.  

이번 국정감사를 보노라면 지난 20여 년간 국정감사를 모니터링 한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지적대로 정부와 산하기관 국감은 뒷전이고 일반인을 불러 닦달하는 민간 감사로 변질하고 있다. 갈수록 국정 감사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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