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인원감축, 알바쪼개기 나서
실질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인원감축, 알바쪼개기 나서
  • 윤선용 기자
  • 승인 2019.01.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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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소상공인, “개정안 재검토해야...헌법소원, 단체행동도”
노동계, “당연한 조치로 주휴수당 빼면 실제론 임금삭감돼”
실업급여 신청인원·금액...전년대비 24.4%, 56.4% 급증

올해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사실상 ‘시급 1만 원’시대를 맞았다. 경영계와 소상공인 단체 등은 헌법소원을 비롯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한 가운데 실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직원감축, 키오스크 도입은 물론 이른바 ‘근무시간 쪼개기’ 등 편법을 동원하는 지경에 처했다. 이마저도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폐업하고 실업급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저시급을 전년대비 10.9% 인상된 8350원으로 하고, 주 15시간 근무 시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고용노동부의 원안과 경영계의 요구사이에서 결국 ‘절충안’을 밀어붙였다는 평가다.

재계 총수들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재계 총수들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개정안이 최근 2년간 최저임금 29.1%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나 영세·소상공인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선진국에 거의 없는 주휴수당, 불합리한 임금체계와 최저임금 산정방식, 영세업자의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기업의 어려운 경영 현실과 절박성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기업의 경영재원과 권리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재계에 이어 소상공인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헌법소원을 냈다. 최승재 연합회장은 “이번 개정안으로 최저임금 위반 산정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시키는 것을 명문화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말았다”며 “올해 실제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에 달하는 만큼,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범법자가 아니면 폐업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지금도 주휴수당을 못 주는 곳이 수두룩한데, 사업주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최저임금을 정해놓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자영업자를 범죄자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주휴수당을 없애면 실질적으로 임금이 삭감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주휴수당을 포함한 개정안은 당연한 조치”라며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6개월의 자율 시정 기간 없이 정부는 적극적인 최저임금 위반 적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0여 년 동안 유지됐으며 이를 없앨 경우 근로자의 월급이 10~20%가량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절충안에 대해 재계, 소상공인, 노동계의 입장이 갈리면서 실제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되는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 간 ‘을과을’의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용주인 자영업자는 “주휴수당까지 지급하면 실질적인 최저임금액이 1만 원 이상”이라며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아르바이트생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며 주휴수당 지급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이른바 ‘알바쪼개기’에 나선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서 정한 유급휴일 기준인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을 피하기 위해 여러 명을 고용해 돌리는 것이다. 일례로 기존에는 직원 1명이 하루 4시간씩 주 5일 일했다면, 총 20시간 근무로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했다. 알바쪼개기는 이를 하루 2시간씩만 일하게 하고 남은 시간은 또 다른 직원을 고용하는 식으로 전체 근로시간이 주휴수당 지급 기준이 15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인원감축이나 키오스크등 무인기계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한 많은 자영업자들이 이런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핫이슈로 떠오른 주휴수당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인건비 부담을 겪는 업체들이 다른 부분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지원을 통해 시장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년간 30% 가깝게 오른 최저임금 여파로 자영업이 빠르게 무너지며 폐업이 속출하고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편의점 CU가 118%의 기록적인 폐업률을 기록하는 등 전체 자영업자 폐업률은 2016년 77%에서 지난해 9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도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음식·숙박업의 실업급여 수급자 및 금액이 가파르고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음식·숙박업 실업급여 수급자 2만5404명, 수급금액 367억7900만 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24.4%, 56.4% 급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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