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과 시너지
‘사모님’과 시너지
  • 김병조
  • 승인 2006.11.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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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김 기사, 운전해! 어서~”

요즘 이 유행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MBC ‘개그夜’라는 프로그램의 ‘사모님’이라는 코너에 나오는 대사다. 월요일 밤이면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채널을 MBC로 돌린다.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김미려’라는 신인 개그우먼의 독특한 멘트에 빠져든다.

요즘 대부분의 개그가 어른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의 빠른 언어로 속도감 있게 구사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 코너는 느릿느릿하면서 또박또박한 언어 구사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긴다. 필자의 경우 다른 코너를 볼 때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해 같이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통역’을 해달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사모님’은 통역 없이도 내가 즐겁게 보고 웃을 수 있는 코너이니 성공한 코너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KBS의 ‘개그콘서트’와 SBS의 ‘웃찾사’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MBC는 상대적으로 재미있는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서 고전을 하고 있는 입장이었는데 ‘사모님’으로 다른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인기 반열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김기사, 운전해! 어서~”의 성공은 일반기업에도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일반 기업에 적용하자면 MBC는 회사요, ‘개그야’는 사업부문 또는 업종, ‘사모님’은 브랜드, 그리고 ‘김기사~’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내용 또는 품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기사~’의 빅 히트는 ‘사모님’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다른 코너, 즉 다른 브랜드에도 시너지를 내게 되며, 나아가 개그 프로그램 가운데서 ‘개그야’의 시청율(기업으로 말하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는 결국 MBC의 위상과 기업 가치를 높인다.

회사발전은 기본적으로 가장 기초가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간과하고 엉뚱한데서 해답을 찾으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무조건 브랜드나 회사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물론 이 경우가 꼭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막대한 물량공세로 브랜드와 회사를 홍보하더라도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좋지 못하다면 역(逆)시너지를 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돈만 쓰고 역(逆)홍보를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내 식품 및 외식업계도 대부분 다(多)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다(多)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할 때는 반드시 시너지(상승효과)와 역(逆)시너지를 감안해야 한다. 다(多)브랜드를 운용한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한꺼번에 다 잘되도록 하겠다는 것은 비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사실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어느 한 브랜드, 특히 모(母)브랜드만 제대로 잘 키우면 제2, 제3브랜드를 성공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母)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로 인한 시너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모(母)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낮은 상태 또는 좋지 못할 경우에는 제2, 제3브랜드를 아무리 내놓아도 역(逆)시너지를 낼 뿐이다. 이는 결국 모(母)브랜드가 제대로 정착되기 전에 제2, 제3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인지도나 신뢰도를 쌓아가는 단계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가장 우선이며, 그 다음이 브랜드고, 그리고 나서 회사다. 다시 말하면 품질이 우수하면 다시 찾게 되고 그렇다 보면 그 브랜드를 인지하게 되고, 그것이 되풀이 되다보면 고품질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 브랜드가 어느 회사의 것인지 알게 되고 그로인해 그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제고된다는 것이다. 그 단계가 되면 그 회사에서 제공하는 다른 브랜드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도 쉽게 인지하고 신뢰를 갖게 되는 원리, 이것이 바로 시너지다.

이는 결국 사업성공의 가장 기본은 상품의 가치,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얄팍한 상술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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