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갖는 의미, 작은 행복을 주는 것
음식이 갖는 의미, 작은 행복을 주는 것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0.06.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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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낄 때가 실제로는 많지 않다. 가장 기뻐해야 할 때인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기쁨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이 ‘응애응애’ 울고 태어난 것을 보면 분명 기쁨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태어날 때 부모님께는 큰 기쁨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든 일에 다 기뻐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본인들에게는 고통이 동반된 기쁨이기 때문이다. 커서는 취직하고 결혼하고 집사고 건강한 자식이 태어난 때 참 기쁜 일이다.

사람은 자라면서 이 모든 일에 그렇게 기쁨을 느낀 경우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슬픔의 눈물을 쏟는 경우도 있다. 그 큰 기쁨을 가장 기뻐하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 때, 이런 기쁨을 드릴 수 없었을 때, 오히려 슬픔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자식이 잘 크고 건강해지는 것이 부모에게는 한없는 기쁨이고 자랑거리임을 나중에 내가 부모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흔히 요즈음 행복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물어보면 남녀노소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맛있는 것을 먹을 때라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고, 나이 좀 드신 분은 좋은 장소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자식들이 잘되는 것은 큰 기쁨이지만 매일 기쁨을 전달할 수는 없고, 맛있는 음식을 생각이 맞는 사람들이랑 같이 먹을 때 그나마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요즈음같이 코로나 때문에 세계 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을 때는 그 느낌이 더욱 새로운 것 같다. 1960년대 이전에는 음식이 살기 위한 수단이었고, 70~80년대에는 음식이 먹고 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됐다. 이제 음식은 먹고 즐기고 행복을 느끼는 가장 소소한 수단으로 바뀐 것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음식이나 식품이 몸에서 하는 역할은 약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인식됐다. 학문도 바이오산업이라하여 정부도 의약개발이나 신약 개발에 훨씬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음식과 운동의 역할이 약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병이 있는 환자에게는 당장 병을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약의 역할을 음식이 대신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말이다. 그러나 건강을 유지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음식과 운동만큼 중요한 영역이 없다. 

음식을 공급하는 식당에 대한 인식도 이제 바꿔야 한다. 은퇴하면 아무나 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곳이 식당이 되어야 하고, 미쉐린가이드와 같이 ‘그 음식을 먹으러 그 나라와 그곳을 찾아 여행을 간다’는 인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세계 여행을 할 때 아무리 좋은 곳을 보더라도 그 지역에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유명하고 더군다나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지 못할 때는 결코 행복이란 마침표를 찍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면밀히 생각해봐야 한다.     

2018년도 통계를 보면 현재 식품 제조 시장의 규모는 대략 80여조 원, 외식시장은 130여조 원으로 거의 외식시장이 두 배가량 크다. 돈이 가는 데 정책이 맞춰줘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여태껏 가공식품을 먹고 행복을 느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지금 식품정책은 기업이 돈 버는 데에 맞춰져 있는데 국민의 건강과 행복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참에 우리나라의 헌법도 바뀌어야 한다. 과학기술도 경제발전에 맞춰져 있는데 국민의 행복에도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민의 건강, 안전, 여유와 행복, 우리의 환경도 다 과학기술이 감당해야 할 영역이다. 
선진국시대, 고령화 시대에 음식의 의미를 생각할 때다. 이에 대한 인식과 정책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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